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전 개시 이후 첫 황금시간대 대국민 연설에서 “2~3주 내 마무리”를 공언했다. 전쟁이 시작된 지 두 달 안에 끝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핵심 군사 목표가 곧 완수될 것”이라는 압도적 승리 선언과 함께, 향후 수주간의 추가 강공도 예고했다.
시장은 그의 확신과 정반대로 반응했다. 조기 종전 기대는 약화됐고, 불확실성은 오히려 확대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문제를 “사용 국가의 책임”으로 돌리며, 동맹국들에게는 “직접 가서 지키라”, 동시에 “미국산 석유를 사라”고 압박한 순간이었다.
국제 유가는 즉각 반등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장중 배럴당 104달러를 넘어섰고, 원·달러 환율은 1,520원을 돌파했다. 국내 주가는 4% 급락했다. 전쟁의 끝이 아니라, 비용의 시작을 시장이 먼저 읽은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미국은 군사적 주도권을 행사하지만, 에너지 리스크와 해상 안전의 비용은 동맹국이 부담하라는 것이다. “유럽이 하게 두자, 한국이 하게 두자”는 발언, 그리고 주한미군 규모까지 부풀려가며 불만을 드러낸 대목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동맹을 비용 분담의 대상으로 보는 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문제는 한국의 취약성이다. 한국은 원유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한다. 호르무즈 해협이 흔들리는 순간, 공급 차질과 가격 급등을 동시에 맞게 된다.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는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으며, 전쟁 장기화 시 공급 차질이 10%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사실상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 중동 리스크를 감수하든지, 미국산 에너지로 빠르게 전환하든지다. 실제로 국내 정유업계는 미국산 원유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구조적 다변화라는 측면에서 불가피한 흐름이다.
그러나 이를 단순한 ‘대체’로 볼 수는 없다. 특정 공급선 의존이 또 다른 의존으로 바뀌는 순간, 에너지 안보는 오히려 취약해질 수 있다. 가격 경쟁력, 운송 비용, 외교적 협상력까지 감안하면, 이는 경제 문제가 아니라 전략 문제다.
에너지 안보는 더 이상 ‘싸게 사오는 능력’이 아니다. 공급선, 수송로, 군사적 보호, 외교적 자율성이 결합된 종합 역량이다. 미국산 도입 확대는 단기 해법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협상력 약화라는 비용을 수반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대응 방식이다. 한국의 정책은 여전히 사후적이다. 위기가 터지면 물량 확보에 나서고, 가격이 오르면 재정으로 방어하는 방식으로는 반복되는 충격을 감당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구조적 전환이다.
첫째, 에너지 조달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미국,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공급선을 다변화하되 특정 국가 의존으로 쏠리지 않는 균형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해상 운송 리스크에 대한 군사·외교적 대비가 요구된다. 호르무즈 해협이 더 이상 ‘타인의 문제’가 아닌 순간, 한국은 파병이든 다자 협력이든 선택을 강요받게 된다. 이에 대한 원칙과 시나리오를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
셋째, 전략 비축과 수요 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전쟁은 정치적 시간표대로 끝나지 않는다. “2~3주”라는 낙관에 국가 에너지 정책을 맡길 수는 없다.
이번 이란전은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다. 에너지 질서와 동맹 구조가 동시에 재편되는 전환점이다.
전쟁은 끝날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의 질서는 더 오래 지속된다.
한국이 대비해야 할 것은 전쟁의 종료가 아니라, 그 이후 시작될 새로운 에너지 질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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