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종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일본 방문 중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함께 K-팝 드럼 듀엣을 선보이며 양국 간의 긴밀한 관계를 과시했다. 최근 한일 관계가 오랜만에 진정한 해빙 무드로 접어드는 것을 실감한 계기였다.
다카이치 총리와의 공동 발언에서 이 대통령은 이번 방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현재의 국제 환경과 무역 질서는 전례 없이 불안정하다”고 말한 뒤, “양국 관계를 심화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시급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당연한 발언이다. 양국 협력이 지금처럼 절실했던 때는 없었다. 지정학적 위험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역사적 긴장에도 불구하고 한일 간 안보 협력 확대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더욱 공고해진 북,중,러 군사 협력 체제에 더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벌이는 대 이란 전쟁에서 보듯이 이제 전 세계가 위험천만한 대결의 장으로 치닫는 상황이다. 혹자는 3차 대전의 도래까지 걱정하는 상황이다.
또 다른 사례로는 중국이 일본을 상대로 희토류와 자석을 포함한 800여 개의 군민 겸용(dual-use) 품목에 대해 수출 통제를 시행한 것을 들 수 있다. 이는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시 일본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발언이 있은 후 일어난 일이다.
이러한 경제적 압박은 반도체 공급망, 방위 산업 기반, 그리고 전반적인 기술 회복력에 영향을 미치며, 한국에서도 국가 공급망이 유사한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나라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러한 강압적 조치에 대응해 산업 공급망과 첨단 기술 분야에서 양국 협력을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양국 정부는 대만해협의 안정이 자국의 국가 및 경제 안보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대만해협에서의 어떠한 충돌이나 대만에 대한 직접적 위협은 양국 경제를 지탱하는 무역 흐름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예방 조치로 일본은 미국의 지원 아래 오키나와에서 대만 방향으로 이어지는 난세이 제도 전역에 자위대 전력을 확대 배치하고 있다. 이는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이 회담을 가진 뒤 발표된 것으로, 양국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양국 국방장관은 공동 억지력과 대응 역량을 더욱 강화하고, 특히 훈련 확대와 방위 산업 협력을 심화하기로 합의했다.
일본과 한국 모두 잠재적 분쟁 지역에 지리적으로 근접해 공동 작전 계획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대만 문제뿐 아니라 북한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이며, 도쿄와 서울은 평양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해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의 비핵화와 미사일 억지는 한일 양국의 핵심 안보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협력의 작전적 측면은 2023년 12월 구축된 실시간 한미일 미사일 정보 공유 체계에서 잘 드러난다. 이 시스템은 북한 미사일의 조기 경보와 추적을 위해 미국, 한국, 일본을 통합했다.
이는 일회성 양자 협력을 넘어 보다 포괄적인 억지 구조로 전환했음을 의미하며, 도쿄와 서울을 다자 안보 체제 속에 더욱 깊이 편입시키고 있다. 3국 협력은 정보 공유에만 그치지 않는다. 미국, 일본, 한국이 참여한 ‘프리덤 엣지 2025’ 훈련은 탄도미사일 방어와 공동 작전 상호운용성 강화를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며, 세 나라가 어떠한 위협에도 신속하고 충분한 힘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 2019년 한일 간 역사 갈등이 통상 분쟁을 거쳐 심각한 안보 협력의 균열로 어어져 양국 간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파기 지경까지 이르렀던 점을 생각해 보면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GSOMIA 유지를 통해 북한에 대한 한국의 지리적 근접성과 일본의 해상, 우주 감시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무엇보다 다행한 일이다.
이러한 안보 및 경제적 필요성의 배경에는 지역의 안정과 장기적 번영을 핵심에 두는 비전이 자리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OIP)’ 구상은 지역 협력의 기본 틀을 제공한다. FOIP는 항행의 자유와 국가 주권을 강조하며, 현상 변경을 위한 일방적 시도에 반대한다.
이란 사태를 계기로 호르무츠 해협이 봉쇄되어 자유로운 항행이 불가능해 짐에 따라 유가가 폭등하고 전 세계 자본 시장과 경제가 타격을 받는 상황을 보면 인도 태평양에서 안정이 한국이나 일본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 취임식에서 일본이 “전후 가장 심각하고 복잡한 안보 환경”에 직면해 있다고 강조했는데, 이러한 상황 속에서 FOIP 구상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인도·태평양의 안보 환경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중국의 경제적 압력과 군사적 공세, 그리고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가 동시에 위험을 증대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일본과 한국의 취약성은 증가하고 있는데 여기에 따른 책임이 수반된다. 3국 협력 체제를 통해 강화되는 양국 간 협력은 억지력을 기반으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나라에서 이 대통령이 강조한 긴박성은 오늘날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지역 안보 위협은 한일 안보 협력을 그 어느 때보다 필요로 하고 있다. 지난 번 이 대통령 일본 방문 시 양국 정상들이 듀엣으로 보여준 드럼 연주처럼 서로 박자를 맞춰가는 노력을 계속할 때다.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언론정보학 박사 ▷AP통신 특파원 ▷뉴스위크 한국지국장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연세대 언론정보학 박사 ▷AP통신 특파원 ▷뉴스위크 한국지국장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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