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윤의 골든피그] 쉬운 콜센터부터 가상자산 교육까지…'시니어 은퇴자산' 잡기 쟁탈전

  • '베이비부머' 은퇴 본격화에…금융권 '시니어' 서비스 확장

  • 접근성 개선 넘어 자산관리·상속 등 생애주기 아우르는 경쟁

사진챗GPT
[사진=챗GPT]

"보이는 ARS로 연결합니다.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해주세요...뚜..."

금융앱을 이용하다 문의사항이 필요한 일이 생겨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면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기계 안내음입니다. 하지만 막상 보이는 ARS에 들어가면 앱 메뉴에 있던 항목들이 그대로 구현돼 있거나 정작 필요한 항목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결국 다시 상담사 연결 메뉴를 찾아 누르게 됩니다. 사람 상담사를 통하고 나서야 필요한 내용을 정확히 전달하고 문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죠.

스마트폰 조작에 익숙한 세대조차 이런 불편을 토로하는데 장노년층에게는 장벽이 더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되면서 은행의 오프라인 창구가 줄어들어 금융 서비스 접근성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습니다. 금융권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장노년층을 위한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시니어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 출시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시니어 고객이 보다 쉽게 금융에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동시에, 금융 생활 전반에서 접점을 늘려 핵심 고객으로 확보하려는 전략입니다.

이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장노년층이 탄탄한 자산과 구매력을 갖춘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1955년에서 1963년 사이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인 은퇴기에 접어들면서 자산 유치와 관리에 대한 수요가 커진 것을 노린 것이죠. 금융권의 경쟁도 접근성 개선을 넘어 자산관리, 투자, 절세, 상속, 건강·주거 연계 서비스까지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전략으로 확장되는 모습입니다.

일례로 한화생명은 이달부터 만 65세 이상 시니어 고객을 대상으로 한 전용 콜센터를 운영합니다. 시니어 전용 번호를 신설해 전담 상담사가 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천천히, 이해하기 쉽게 안내하는 서비스입니다. 복잡한 ARS 절차가 없이 곧바로 상담사와 연결되며, 5년차 이상의 우수 상담사들이 응대합니다.

가상자산 업계도 시니어 고객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지난해 9월부터 50대 이상 장노년층을 대상으로 '시니어 은퇴자산 밸류업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디지털자산 이해를 기반으로 재무관리, 투자관리, 절세, 상속·증여까지 은퇴 이후 자산관리에 실질적으로 필요한 내용을 다루는 프로그램입니다. 올해 3월까지 총 148회 교육이 진행됐고 누적 참여 인원은 2570명에 달합니다. 프로그램을 수강한 이들의 경우 디지털 금융 자신감이 1.72점에서 4.41점으로 크게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치매와 상속 등 고령층 특화 리스크 관리 서비스도 고도화되고 있습니다. 하나은행은 '하나더넥스트 라운지'를 통해 치매안심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치매 예방, 정서 지원, 자산 보호 등을 아우르는 맞춤형 금융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치매 전담 특화 조직인 '치매안심 금융센터'를 신설해 고객의 판단 능력이 저하되기 전부터 자산 이전과 보호 방안을 미리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상품으로는 유언대용신탁 상품인 '내맘대로 신탁'을 선보였습니다. 치매 등으로 의사결정 능력이 저하되는 상황에 대비해 자금 운용과 인출, 이전까지 한 번에 설계할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금융권은 이런 지각변동이 더 커질 것으로 예측합니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지난해 7월 발간한 보고서 '시니어 산업 성장의 엔진으로 부상한 에이지테크'에 따르면, 국내 시니어 시장은 2020년 73조원 규모에서 2030년 241조원까지 확대될 전망입니다. 특히 새로운 고령층으로 유입되는 베이비부머 세대는 자산 규모와 디지털 수용도가 모두 높은 만큼, 금융·헬스케어·돌봄·주거를 결합한 통합 서비스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국 금융권의 시니어 고객 확보 전략은 자산관리에서 상속·돌봄·주거까지 노후의 전 과정을 책임지는 '라이프케어 플랫폼'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입니다. 따라서 시니어 고객을 얼마나 오래, 깊게 붙잡느냐가 금융사의 미래 성장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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