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전세 만기가 다가온 정모씨(28)는 직장에서 더 가까운 마포구 망원동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다만 월 지출은 기존 6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늘었다. 전세 매물이 없어서 울며 겨자먹기로 반전세 계약을 했고 전세 대출 이자 60만원에 월세값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그는 전용면적 33㎡ 매물을 보증금 1억 7000만원에 월 임대료 64만원에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서울에서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아파트 대단지에도 '전·월세 0건'인 사례가 드물지 않게 됐다. 비아파트까지 월세 전환이 확산하는 가운데 정부의 ‘대출 조이기’가 강화되면 서민 실거주자의 주거난이 심화될거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일 KB부동산에 따르면 3월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72.4로 기준선(100)을 크게 웃돌았다.
전세 매물 부족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3월 서울 전세가격 상승률은 0.44%로 전국 평균(0.31%)을 웃돌았다. 특히 노원구(1.33%), 도봉구(0.86%) 등 외곽 지역이 상승세를 견인했다. 아파트만 놓고 보면 전월 대비 0.75% 올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44% 상승했다.
비아파트 시장에서는 ‘전세의 월세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월 비아파트 월세 비중은 79.7%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74.8%에서 5.8%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전세 물량 감소의 배경에는 구조적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규제지역 확대 이후 갭투자가 어려워지며 신규 전세 공급이 줄었고,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이 늘면서 기존 물량도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1~3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중 갱신 비중은 48.2%로 지난해 평균(41.2%)보다 7%포인트 상승했다.
여기에 대출 규제까지 강화될 경우 상황은 더 악화될 수 있다. 정부는 이날 다주택자의 수도권·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제한하고 우회 대출을 차단하는 내용의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했다. 다주택자 보유 주택이 매매로 전환될 경우 임대 물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다주택자 매물을 무주택 실수요자가 취득하면 임대시장 매물이 감소한다. 서울 평균 전세가율이 50~60% 수준임을 감안하면, 기존 아파트 세입자들이 임대 매물 대산 늘어난 매매 매물을 감당하긴 어렵다”며 “현재도 아파트 단지들이 전세와 매매 물건 수량 차이가 벌어져 있는 게 증거다”고 분석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정부가 예고한 전세대출에 대한 DSR 적용 확대 여부를 주목해야 한다”며 “전세대출마저 대출 한도 규제에 묶이게 될 경우, 전세 수요가 반강제적으로 월세 시장으로 밀려나는 ‘월세화’를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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