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 원칙 상식] "보유세 히든카드" 진짜 꺼내나…부동산 시장 흔들린다

최근 부동산 정책을 둘러싸고 보유세 인상 논의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뉴욕과 도쿄 등 주요 도시의 보유세 수준이 거론되면서 한국도 이와 유사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세제는 단순한 수치 비교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각 나라의 과세 구조와 시장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전체적인 틀 속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주요국에 비해 낮은 편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를 근거로 “세금이 낮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국은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등 거래 단계에서의 세 부담이 높은 구조이기 때문이다. 특히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중과세 체계가 적용돼 거래 부담이 크게 늘어나는 특징이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보유세 안내문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잠실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보유세 안내문 모습 [사진=연합뉴스]

 
반면 미국이나 일본은 거래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고, 보유 단계에서 지속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집을 사고파는 과정에서의 부담은 덜하지만, 보유 기간 동안 꾸준히 세금을 내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차이를 감안하면 단순히 보유세율만을 기준으로 국가 간 세 부담을 비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처럼 과세 구조가 다른 상황에서 보유세를 단기간에 큰 폭으로 인상하는 방안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현재처럼 거래세 부담이 높은 구조에서 보유세까지 동시에 높아질 경우 시장 참여자의 부담이 전반적으로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거래 감소로 이어지고, 시장의 유동성을 떨어뜨릴 가능성도 있다.
 
 
특히 양도소득세 중과가 재개되는 시점과 맞물려 보유세까지 강화될 경우 시장의 반응은 더욱 민감해질 수 있다. 매도 시에도 부담이 크고, 보유 시에도 비용이 증가한다면 시장 참여자들은 거래를 미루거나 관망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가격 안정 효과보다는 거래 위축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
 
 
과세 대상의 범위 역시 중요한 쟁점이다. 보유세 강화가 다주택자를 넘어 고가 1주택자까지 확대될 경우 정책의 성격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실거주 목적의 주택 보유와 투자 목적의 보유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에 따라 정책의 수용성과 효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임대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보유세 부담이 증가할 경우 일부는 임대료로 전가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전·월세 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결국 서민 주거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책이 의도한 효과와 달리 다른 형태의 부담을 유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보유세 중심으로의 세제 전환 자체를 부정할 필요는 없다. 장기적으로는 거래세 부담을 낮추고 보유세 비중을 높이는 방향이 보다 안정적인 시장 구조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만 이러한 전환은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시장이 예측할 수 있는 수준의 로드맵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또한 거래세와 보유세 간의 균형 조정이 병행돼야 한다. 보유세만 단독으로 인상할 경우 정책은 구조 개편이 아니라 단순한 세금 증가로 인식될 수 있다. 반대로 거래세 인하와 함께 보유세를 점진적으로 조정한다면 시장의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은 정책에 대한 신뢰가 중요한 영역이다. 세제는 특히 예측 가능성이 핵심이다. 정책 변화가 잦거나 방향이 불분명할 경우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책 설계 과정에서 일관성과 명확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보유세 1% 논의의 핵심은 수치 자체가 아니라 그에 이르는 과정과 구조다. 단순히 해외 사례를 근거로 세율을 맞추는 접근보다는 우리 시장의 특성과 세제 구조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
 
 
부동산 세제는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속도를 앞세우기보다 구조를 먼저 점검하고,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보다 안정적인 정책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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