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자의 경영이야기 ③ | 진리·정의·자유] 새만금 AI복합단지에 앞서 AI와 과학기술 산학협력 시급하다

산업의 심장은 공장 굴뚝이 아니라 인재와 연구에서 뛴다. 최근 판교 한복판에 들어선 KAIST 김재철 AI대학원은 그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600여 개가 넘는 IT·게임·플랫폼·AI 기업이 밀집한 판교에 그동안 부족했던 것은 산업이 아니라 고급 연구 거점이었다. 기업은 있었으되, 세계 수준의 대학원이 현장과 맞닿아 있지 않았다. 그 공백을 메운 것이 바로 김재철 AI대학원이다.
 
동원그룹 김재철 명예회장의 600억 원대 사재 출연은 단순한 기부가 아니었다. 바다를 개척해 산업을 일으킨 기업가가 이제는 ‘데이터의 바다’를 항해할 인재를 길러내겠다고 나선 결단이었다. 여기에 KAIST의 AI 중심 전략, 그리고 산업 현장과 연구를 결합하려는 리더십이 더해지면서 판교는 단순한 산업 단지를 넘어 ‘산업-연구-창업’이 한 몸으로 움직이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이 문제를 던지면 대학이 해답을 찾고, 학생은 그 결과를 창업과 혁신으로 연결하는 구조. 이것이 AI 시대의 표준 모델이다.
 
이제 시선을 새만금으로 돌려보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로봇·AI·수소를 묶은 대규모 투자를 구상하며 새만금을 차세대 산업 거점으로 제시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피지컬 AI, 대형 데이터센터, 수소 기반 스마트시티. 방향은 선명하다. 그러나 질문은 남는다. 산업 투자 계획은 나왔지만, 그 산업을 떠받칠 연구와 인재 양성의 구조는 어디까지 준비되어 있는가.

판교 사례는 중요한 교훈을 준다. 산업이 이미 형성된 곳에 KAIST AI대학원이 들어오자 생태계가 완성되기 시작했다. 기업과 연구가 공간적으로 결합하면서 혁신의 속도가 달라졌다. 새만금 역시 같은 원리가 필요하다. 공장을 먼저 짓고 인재를 나중에 구하는 방식으로는 AI 시대의 주도권을 잡기 어렵다. 인재와 연구 거점이 산업 설계 단계부터 함께 움직여야 한다.
 
따라서 새만금 AI복합단지의 성공을 위해서는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 전북대학교 부지 안에 KAIST 전북분원을 설치하고, KAIST와 전북대학교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AI대학원을 설립해야 한다. 이는 지역 배려 차원이 아니라 국가 전략 차원의 선택이다. 전북대학교는 지역 거점 국립대로서 인프라와 인재 풀을 갖추고 있다. KAIST는 세계적 연구 역량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두 기관이 공동 AI대학원을 운영한다면, 지역에 머무르면서도 세계 수준의 교육과 연구가 가능해진다.
 
더 나아가 현대자동차그룹이 참여하는 AI 계약학과를 병행 운영해야 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교육 단계부터 설계하고, 연구 주제를 산업 현장과 직접 연결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학생은 졸업과 동시에 연구소, 공장, 스타트업으로 이어지고, 기업은 연구 성과를 실증 현장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다. 이는 인력 수급 문제를 넘어 산업 경쟁력의 본질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새만금이 ‘제2의 울산’이 되겠다는 표현은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울산 모델을 복제해서는 안 된다. 울산이 철과 자동차의 도시였다면, 새만금은 데이터와 알고리즘, 에너지와 로봇이 결합된 지능 산업 도시가 되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산학협력이다. KAIST 김재철 AI대학원이 판교에서 보여준 것처럼, 연구 거점이 산업 현장과 맞물릴 때 비로소 생태계가 완성된다.
 
물론 과제는 적지 않다. 예산 확보, 법적 근거 마련, 정원 조정, 교수진 유치, 인허가 절차 등 해결해야 할 행정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 그러나 시간표 없는 계획은 공허하다. 언제 분원 설립을 확정할 것인지, 언제 공동 AI대학원 인가를 받을 것인지, 언제 첫 계약학과 학생을 모집할 것인지 구체적 일정이 제시되어야 한다. 산업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또 하나 유념해야 할 점은 지역 환류 구조다. KAIST 전북분원은 지역 대학을 대체하는 존재가 아니라 증폭시키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공동 연구과제, 교차 임용, 공동 지도 체계를 통해 전북대학교의 역량을 함께 끌어올리는 모델이어야 한다. 그래야 외부 기관 유치가 아닌 지역 역량 강화로 이어진다.
AI 3대 강국은 선언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판교가 보여준 것은 ‘현장과 연결된 대학’의 힘이었다. 새만금이 그 모델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산업 투자와 동시에 연구·교육을 결합하는 구조를 설계한다면, 이는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새로운 표준이 될 수 있다.
 
모래 위에 공장을 세우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데이터 위에 도시를 세워야 한다. KAIST 전북분원, KAIST-전북대 공동 AI대학원, 현대차 AI 계약학과. 이 세 축이 동시에 작동할 때 새만금 AI복합단지는 비로소 뿌리를 내린다.
 
판교에서 시작된 산업-연구 결합 모델을 새만금에서 확장할 것인가, 아니면 또 하나의 투자 기사로 흘려보낼 것인가. 선택은 지금, 실행의 속도에 달려 있다.
 
그림챗GPT 생성
[그림=챗GPT 생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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