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의 머리를 잘랐다.”
미군이 이번 작전을 이렇게 표현했다. 강한 언어다. 그러나 이 문장이 던지는 의미는 단순한 군사적 승패를 넘어선다. 더 중요한 것은 전쟁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장대한 분노’ 작전은 특정 지도부 제거라는 사건을 넘어, 현대전의 구조가 어디까지 진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일 수 있다. 그 중심에 인공지능(AI)이 있다.
과거의 전쟁은 병력과 무기의 경쟁이었다. 누가 더 많은 군인을 동원하느냐, 누가 더 강한 화력을 보유하느냐가 승패를 갈랐다. 그러나 오늘의 전쟁은 정보의 속도와 통합 능력의 경쟁에 가깝다. 지상·해상·공중뿐 아니라 우주와 사이버 공간까지 동시에 움직인다. 위성은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내고, 통신 감청은 신호를 포착하며, 전투기는 공중에서 대기한다. 이 모든 정보를 한순간에 분석해 결단으로 이어가야 한다.
문제는 인간의 두뇌가 처리할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AI의 역할이 커진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동시에 분석하고, 가능한 시나리오를 빠르게 계산해 제시한다. 특정 인물의 이동 경로, 통신 패턴, 경호 체계의 변화 등을 종합해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순간’을 찾아내는 작업은 AI의 전형적인 영역이다. 최종 결심은 인간이 하지만, 판단의 토대는 알고리즘이 마련하는 구조다.
이번 작전에는 다양한 무기와 정보 자산이 동시에 동원됐다. 스텔스 폭격기와 전투기, 항공모함 전단, 미사일 방어체계, 첩보와 신호정보가 한 네트워크 안에서 움직였다. 미국이 발전시켜 온 ‘전 영역 작전’ 개념은 바로 이런 통합을 목표로 한다. 모든 센서와 타격 자산을 연결하고, AI가 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가장 효율적인 대응을 제시하는 체계다. 전장의 속도를 인간의 직관이 아니라 연산 능력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사이버 공간 역시 전장의 일부가 됐다. 공습과 동시에 벌어진 해킹과 SNS 여론전은 전쟁이 물리적 충돌에만 머물지 않음을 보여준다. 정보는 또 다른 무기다. AI는 어떤 메시지가 더 빠르게 확산될지 예측하고, 상대의 주장에 대한 반박 전략을 계산한다. 전쟁은 이제 인식과 심리의 영역까지 확장됐다.
현대전의 핵심은 속도다. 누가 더 빨리 보고, 더 빨리 판단하고, 더 빨리 움직이느냐가 승패를 가른다. 특히 드론과 미사일이 동시에 날아드는 복합 전장에서 표적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은 AI 없이는 쉽지 않다. 알고리즘은 수많은 변수 속에서 가장 위험한 위협을 가려낸다. 인간은 그 결과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린다.
물론 AI가 전쟁을 대신 결정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책임과 권한은 여전히 인간에게 있다. 그러나 의사결정 과정의 상당 부분이 알고리즘에 의존하게 되는 현실은 분명하다. 전쟁의 ‘속도’와 ‘정확성’이 기계의 연산 능력에 의해 좌우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는 우리에게도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한·미 연합훈련에서도 여러 영역을 통합한 작전 개념이 점검되고 있다. 드론과 미사일이 동시에 날아오는 상황에서 AI는 위협을 분석하고 대응 순서를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방어적 연습이라 하더라도, 전장의 구조는 이미 ‘AI 통합’이라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장대한 분노’가 남긴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기술이 전쟁을 어디까지 바꿀 것인가. 인간의 판단은 어디까지 남아 있을 것인가. 전쟁은 여전히 인간의 선택에서 시작되지만, 그 선택을 준비하는 과정은 점점 기계의 손에 맡겨지고 있다. 그것이 오늘 우리가 마주한 새로운 전장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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