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는 종종 ‘누가 얼마나 성공했는가’를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그러나 성숙한 사회는 다른 질문을 던진다. 성공한 사람이 그 성공을 어떻게 사용했는가라는 질문이다. 그 질문 앞에서 가수 션의 이름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션이 ‘희귀질환 극복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을 위해 오랜 시간 헌신해 온 공로를 인정받은 결과다. 그러나 이 상의 의미는 단순한 포상을 넘어선다. 한 연예인이 오랜 기간 꾸준히 실천해 온 ‘책임 있는 영향력’에 대한 사회의 응답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깊다.
션의 활동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루게릭병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농구 코치 박승일과 함께 승일희망재단을 설립했다. 이후 이사장으로서 루게릭요양병원 건립을 위한 모금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루게릭병은 환자에게 극심한 신체적 고통을 안기고, 가족에게는 장기간의 간병 부담을 요구하는 질환이다. 그러나 환자 수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은 충분하지 못했다. 션은 바로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뛰기 시작했다.
그의 방식은 매우 상징적이다. 션은 마라톤을 통해 기부 문화를 확산시켜 왔다. 수십 차례의 기부 러닝 캠페인을 통해 모금을 이어갔고, 희귀질환 인식 개선 활동도 지속적으로 펼쳤다. 80회가 넘는 캠페인과 수천 명의 환우 지원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하나의 사회적 운동에 가깝다. 개인의 선행이 공동체의 참여로 확장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행동은 흔히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불린다. 사회적으로 더 큰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그에 걸맞은 책임을 자발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귀족의 의무라는 말에서 출발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윤리적 기준으로 확장됐다. 션의 활동은 그 개념을 가장 꾸준하게 보여주는 사례 가운데 하나다.
세계적으로도 이런 전통은 이어져 왔다. 대표적인 인물이 배우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다. 그는 단순한 기부를 넘어 오랜 기간 유엔난민기구 특사로 활동하며 분쟁 지역을 직접 찾아다녔다. 난민 보호와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할리우드 스타의 영향력이 인도주의 활동으로 확장된 대표적인 사례다.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자신의 재단을 통해 환경 보호와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기부와 캠페인을 꾸준히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제작과 국제회의 참여를 통해 기후 위기를 대중 의제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록밴드 U2의 보컬인 보노(Bono)도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아프리카 빈곤 문제 해결과 에이즈 퇴치를 위한 국제 캠페인을 주도하며 세계 정치 지도자들과 협력해왔다. 음악가의 영향력이 글로벌 정책 의제로 확장된 상징적인 인물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단순한 기부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회적 문제를 장기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구조적 접근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션 역시 같은 길을 걷고 있다. 그는 단순히 모금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루게릭요양병원이라는 구체적 인프라를 만들기 위해 뛰어왔다. 개인의 선행이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션의 활동이 더욱 의미 있는 이유는 ‘지속성’에 있다. 많은 선행이 순간의 감동으로 끝나지만, 진정한 사회 변화는 오랜 시간 반복되는 실천에서 만들어진다. 션은 십수 년 동안 같은 분야를 향해 뛰어왔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시민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마라톤이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긴 호흡의 운동이듯 그의 사회공헌 역시 긴 시간의 인내 위에서 이어지고 있다.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로 종종 사회의 관심에서 밀려난다. 그러나 국가와 사회의 책임은 숫자의 크기로 결정되지 않는다. 환자와 가족이 감당해야 할 고통의 무게를 생각하면 오히려 더 세심한 지원이 필요하다. 션의 활동은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지향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방향이기도 하다.
연예인의 영향력은 단순한 인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영향력이 공동체를 향할 때 문화의 힘은 더욱 커진다. 대중의 사랑을 받은 사람이 그 사랑을 다시 사회에 돌려줄 때 공동체의 신뢰도 함께 높아진다.
션이 받은 장관 표창은 개인의 영예를 넘어선다. 그것은 희귀질환 환자와 가족을 향한 연대의 메시지이며, 선한 영향력이 사회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하다.
마라톤에는 언제나 다음 코스가 있다. 결승선을 통과해도 길은 끝나지 않는다. 션이 보여준 길 역시 마찬가지다. 그의 꾸준한 실천은 우리 사회에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성공은 어디에 쓰여야 하는가.
그 질문에 대한 가장 설득력 있는 답이 바로 그의 발걸음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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