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역폭메모리(HBM) 4세대 시장을 둘러싼 메모리 양강의 증설 경쟁이 본격화됐다. SK하이닉스가 용인 클러스터 1공장에 31조원 투자를 확정하며 조기 가동에 나선 가운데, 삼성전자도 평택 P4에 HBM4용 신규 D램 라인을 구축하며 맞불을 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차세대 AI 메모리인 HBM4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설비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 서버 증설로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는 상황에서 선제적인 생산능력 확보가 시장 주도권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먼저 SK하이닉스는 전날 이사회 결의를 거쳐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공장(팹) 완공에 총 31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투자 기간은 2030년 말까지다.
앞서 2024년 7월 1구역(Phase 1) 건설과 초기 인프라 구축에 9조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데 이어, 이번에 2~6구역 건설비로 21조6081억원을 추가 확정했다. 장비 도입 비용은 별도다. 이에 따라 1공장은 총 6개 구역으로 단계적으로 조성되며, 향후 나머지 3개 공장도 순차적으로 들어설 예정이다.
특히 1공장 첫 가동 시점을 기존 2027년 5월에서 같은 해 2월로 3개월 앞당겼다. 빅테크 고객사들의 AI 반도체 수요에 보다 민첩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해당 공장에서는 HBM을 포함한 차세대 D램이 생산되며, 완공 시점의 시장 상황에 맞춰 제품 믹스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경기 용인 원삼면 일대 416만㎡ 규모로 조성되는 클러스터 내 197만㎡ 부지에는 최첨단 공장 4개가 들어서고, 50여개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협력 단지도 구축된다. 회사 측은 용인 클러스터를 '글로벌 AI 반도체 생산 거점'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도 평택캠퍼스 4공장(P4)에 HBM4용 신규 D램 생산 라인을 구축하며 증설 대열에 합류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0나노급 6세대(1c) D램 라인을 새로 설치해 내년 1분기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월 10만~12만장 규모의 웨이퍼 생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1c D램은 HBM4에 탑재되는 최선단 제품으로, HBM4 한 개에는 1c D램 12개가 적층된다. 신규 라인이 가동되면 삼성전자의 전체 D램 웨이퍼 생산능력은 기존 월 66만장 수준에서 최대 18%가량 확대될 전망이다. HBM4용 1c D램 생산량도 월 6만~7만장에서 약 20만장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들을 대상으로 HBM4를 공급할 계획이며, 이달 중 양산 및 출하에 돌입할 예정이다.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는 '슈퍼 사이클' 국면에서 선제적 설비 투자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양사는 사실상 HBM4를 차세대 승부처로 낙점하고 생산 라인 증설 속도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AI 서버 증설 경쟁이 지속되는 한 고성능 메모리 확보는 필수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HBM4는 단순한 제품 세대 교체가 아니라 AI 생태계의 핵심 부품으로, 수요 예측 자체가 어려울 만큼 빠르게 늘고 있다"며 "이번 투자 경쟁은 단기 실적을 넘어 2~3년 뒤 시장 지형을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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