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업계가 시니어 헬스케어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으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의료·돌봄 수요가 구조적으로 늘어나면서, 본업 역량을 적용할 수 있는 '성장엔진'으로 실버시장을 택하는 분위기다.
2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치매·독거노인 등 타인의 돌봄이 필요한 피요양자는 꾸준히 증가해 2030년에는 전체 노인의 16.5~26.3%가 노인 돌봄 서비스를 필요로 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은 이 같은 수요 변화에 맞춰 부동산 개발 역량을 결합하고, 건강기능식품·디지털 기술 등 차별화된 모델 구축에 나서고 있다. 제약사 입장에서는 본업 시너지를 낼 수 있으면서도 규제 부담이 적은 장기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일찍이 움직인 곳 중 하나가 종근당이다. 종근당홀딩스 계열 부동산 자산관리 기업인 종근당산업은 요양시설을 인수하며 시니어 케어 분야에서 입지를 넓혀왔다. 현재 '벨포레스트'와 '헤리티지너싱홈'을 운영하며 프리미엄 요양시설 서비스를 제공한다. 헤리티지너싱홈은 응급상황 시 대형병원과 연계해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업계에서는 "제약사는 고령층 네트워크와 만성질환 데이터를 이미 보유해 케어 산업과 결합하면 시너지가 큰 구조"라고 설명한다.
다만 케어 사업이 기대만큼 수익성을 내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요양시설의 지출에서 인건비 비중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요양시설은 국가에서 받는 수가(급여비) 중 62.5%를 인건비로 사용해야 하고, 간접 인력비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전체 지출의 70~80%가 인력 비용이 될 수 있다. 규모가 커질수록 비율을 맞추기 까다로운 점도 부담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법인 분리로 재무적 리스크는 크지 않겠지만, 요양시설 운영은 브랜드 전반의 이미지를 관리해야 하는 만큼 별도의 운영 역량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은 일본 다음으로 노인 인구가 많고 실버산업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어느 기업이든 본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인구 고령화를 비즈니스 기회로 제약사의 실버케어 확장이 이미 검증된 사업모델이다. 최근 아시아 기업들은 정신 건강과 노인 간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본 제약회사 에자이는 '약만으로는 치매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지난 2023년 자회사 테오리아 테크놀로지스를 출범시키며 치매 관리 플랫폼 사업에 나섰다. 중국 대형 제약사 시노팜은 의료 요양 복합 거점을 구축한 통합 시니어케어 시스템을 운영하며 '전 생애 주기' 기반 서비스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의약품 공급 뿐 아니라 재활 요양, 만성질환 관리, 전문 간호 서비스가 포함됐다.
국내에서도 제약사들은 각사의 강점을 반영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디지털헬스케어 전담 조직을 꾸리고 통합 인공지능(AI) 플랫폼 '올뉴씽크'를 공개했다. 국내 병상의 90% 이상이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고령층 관리 수요가 늘고 있어 성장 여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아직 초기 시장인 만큼 AI 기술 결합 과정, 매출 기여도 등은 지속적으로 검토해야 할 과제다.
시니어 영양식 분야도 제약사의 새로운 확장 축이다. 한미사이언스는 고령층의 영양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리미엄 완전균형영양식 '한미 케어미'를 선보였다. 활동량 감소와 식사량 저하로 영양 섭취가 어려운 고령층에게 '제약사가 설계한 영양식'이라는 점은 구매 신뢰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니어 시장은 신뢰 기반 소비가 중요한 만큼 제약사 브랜드가 유리하다"면서도 "이미 식품 업계의 점유율이 높아 유통·마케팅 인프라 구축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고령층 니즈와 데이터 파악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성혜진 제약산업전략연구원 부원장은 "시니어 시장은 신뢰 기반의 소비 성향을 갖고 있어 제약사와 합이 맞는다"며 "시장 초기 단계인 지금이 진입 타이밍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선도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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