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에 대한 세제 강화와 금융 규제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서울 강남권 아파트 시장의 상승세가 둔화되는 모습이다. 상승세를 이어오던 강남구 아파트 가격이 이달 들어 사실상 보합 수준까지 내려오면서 2년여 만에 하락 전환 여부를 가를 분수령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통계에 따르면 2월 셋째 주(16일 기준) 강남구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01% 상승하는 데 그쳐 사실상 보합 국면에 진입했다. 올해 1월 셋째 주 0.2%까지 확대됐던 상승 폭은 이후 매주 반 토막씩 줄어들며 불과 5주 만에 0.01%까지 축소됐다.
2024년 3월 이후 줄곧 상승 흐름을 유지해온 강남구가 2년여 만에 다시 하락 전환의 기로에 선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1∼2주 내에 하락 전환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같은 기간 서초구(0.05%)와 송파구(0.06%) 역시 상승률이 0.1%를 밑돌며 강남권 전반에 걸쳐 상승 탄력이 둔화된 모습이다.
매물 지표는 가격보다 먼저 반응하고 있다. 이날 기준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 아파트 매물량은 2만1422건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공식화한 이후 약 한 달 만에 4000건가량(22.6%) 급증했다. 구별로는 송파구 매물 증가율이 37.7%로 가장 가팔랐다.
시장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은 다주택자에 대한 추가 금융 규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소셜미디어(X)를 통해 “기존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연장이나 대환도 신규 다주택 구입에 적용하는 규제와 동일해야 공평하지 않으냐”며 내각에 확실한 규제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현재 수도권과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에는 LTV 0%, 즉 사실상 대출 금지 조치가 적용되고 있다. 이 기준을 기존 대출 만기 연장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금융당국 역시 검토를 거쳐 임차인 보호 등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다주택자 대출 만기 연장을 원칙적으로 불허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기 연장에도 LTV 0% 규제가 적용되면 사실상 대출 회수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6월 지방선거 이후 보유세 개편과 장기보유특별공제 축소 논의가 본격화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고가 1주택자나 다주택자들이 보유 전략보다 부동산 포트폴리오 정리에 나선다면 강남권 가격 상승 둔화 흐름이 한층 뚜렷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강남권의 구조적 하락 전환을 단정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보고 있다. 인프라가 집중된 강남권에 대한 선호와 대체 투자처 부재, 향후 금리 인하 기대감 등이 가격 하방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현금 보유력이 높은 강남권 매수 대기 수요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도 장기 하락을 억제하는 변수로 꼽힌다.
양지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강남 3구와 용산은 대체 불가능한 입지 프리미엄을 갖고 있어 단기적으로 매물이 늘더라도 가격 하방 경직성이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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