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상 컬럼] 무역정책의 학습효과 — 관세의 역사는 무엇을 가르치는가

1930년, 미국은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통과시켰다. 대공황의 충격 속에서 자국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이었다. 평균 관세율은 40%를 넘겼다. 결과는 교과서에 남아 있다. 각국의 보복관세가 이어졌고, 세계 교역량은 급감했다. 보호를 위한 선택이 오히려 세계경제를 더 깊은 침체로 밀어 넣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역사는 단선적이지 않다. 1971년 닉슨 대통령은 달러의 금 태환을 중단하며 이른바 ‘닉슨 쇼크’를 단행했고, 동시에 10%의 수입 과징금을 부과했다. 단기적 압박 카드였지만, 결과적으로 국제통화질서의 재편을 촉발했다. 일시적 조치가 구조 변화를 낳은 사례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도 같은 맥락이다. 관세 인상은 단순한 협상 수단을 넘어 공급망 재편을 유도했다. 중국에 집중됐던 생산기지가 베트남·멕시코·인도로 분산됐다. 기업 전략은 ‘저비용 최적화’에서 ‘리스크 분산’으로 이동했다. 관세는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임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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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과 그 직후 발표된 10% 추가 관세 방침은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법은 대통령 권한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정책은 다른 법적 경로를 통해 이어졌다. 이는 특정 인물의 선택을 넘어, 보호주의가 제도적 틀 안에서 상시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세의 역사에는 공통점이 있다. 위기 속에서 등장하고, 협상의 도구로 활용되며, 장기적으로 구조 변화를 남긴다는 점이다. 이번 122조 관세가 150일 시한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그 파장이 단기에 그친다고 단정할 수 없는 이유다.
 

한국 기업이 얻어야 할 학습효과는 분명하다.


첫째, 관세는 예외가 아니라 상수다. 자유무역 체제는 비용 최소화를 전제로 공급망을 설계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2018년 이후 전제는 달라졌다. 무역정책은 안보와 기술 경쟁과 결합된 전략 수단이 됐다. 관세는 외생적 충격이 아니라 전략 변수다.


둘째, 생산체계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1980년대 일본 자동차 기업은 미국의 수입 규제 압박 속에서 현지 생산을 확대했다. 비용은 늘었지만 시장 접근성과 정치적 안정성을 확보했다. 오늘날 한국 자동차와 배터리 산업도 유사한 선택지 앞에 서 있다. 완성차 조립을 넘어 부품·소재까지 포괄하는 구조적 현지화가 필요한지 냉정하게 점검해야 한다.


셋째, 정책 대응 역량의 격상이다. 무역법 301조는 특정 정책을 ‘차별적’이라고 판단하면 관세로 대응할 수 있다. 통상은 산업정책, 데이터 규제, 환경 규범과 결합될 수 있다. 기업은 단순한 수출 주체가 아니라 정책 환경의 이해당사자다. 법률 대응과 규제 분석 기능을 전략 부문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넷째, 거시경제 경로다. 관세는 물가를 자극하고, 물가는 금리를 움직이며, 금리는 환율을 흔든다. 수출기업의 손익은 세율보다 환율 변동에 더 크게 좌우될 수 있다. 관세는 손익계산서의 문제가 아니라 재무 전략의 변수다.


역사는 동일하게 반복되지 않지만, 교훈은 남긴다. 스무트-홀리는 과도한 보호주의의 비용을, 닉슨 쇼크는 단기 조치의 구조적 파급력을, 2018년 무역전쟁은 공급망이 정치에 의해 재편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지금의 교훈은 분명하다. 관세는 협상의 카드이자 구조적 변수다. 자유무역의 복원을 전제로 전략을 세우는 것은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다. 관세 환경을 전제로 구조를 설계하는 기업만이 비용을 통제할 수 있다.


경제는 학습의 과정이다. 위기는 반복되지만, 준비는 축적된다. 무역정책은 배경이 아니다. 언제나 전략의 중심에 있었다. 이제 그 사실을 전제로 움직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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