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시한이 5월 9일로 못 박히면서 설 연휴 이후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숨 고르기 국면’에 들어섰다. 세금 부담을 피하려는 다주택자와 추가 가격 조정을 기대하는 매수자, 전월세 불안 속에 매매 전환을 저울질하는 실수요자가 맞물리며 시장 전반에 관망과 눈치 싸움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단기적으로는 매물 증가에 따른 조정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공급 여건과 정책 변수에 따라 지역별 온도 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9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6만4207건으로, 올해 1월 1일(5만7001건) 대비 12.6% 증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공식화한 지난달 23일(5만6219건) 이후로만 보면 매물은 14.2% 늘었다. 자치구별로는 25개 자치구 가운데 금천구(-1.8%), 강북구(-3.8%)를 제외한 23개 자치구에서 매물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매도자 우위로 평가받던 시장 흐름에도 변화 조짐이 감지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2월 둘째 주 기준 서울 아파트 매수우위지수는 85.3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수가 100을 밑돌면 매수자보다 매도자가 많다는 뜻으로, 매수 심리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에서는 설 연휴 이후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가 더욱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휴 기간 매도 여부를 저울질하던 집주인들이 유예 종료 시점을 의식해 매물을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매물 증가가 곧바로 추세적인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대출 규제가 유지되면서 매수자의 자금 조달 여건이 여전히 녹록지 않은 데다, 5월 9일이 가까워질수록 더 낮은 가격의 급매물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관망 심리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직방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228건으로, 지난해 12월(4733건)보다 32% 감소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은 “매물이 늘어났다고 해서 가격이 조정되려면 거래가 동반돼야 하는데, 규제 환경에서는 거래가 쉽게 살아나기 어렵다”며 “5월 9일을 전후로 일시적인 매도 물량은 나올 수 있지만, 규제가 지속될 경우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쏠림 현상은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시장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정부의 세금 정책, 특히 보유세를 지목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SNS를 통해 다주택자와 부동산 투기에 대한 강경한 메시지를 연이어 내놓고 있는 만큼, 지방선거 이후 보유세 강화 가능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보유세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까지 상승하면 1주택자 매물 출회가 이어지며 가격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반대로 보유세 인상 폭이 제한적이고 금리 인하 흐름이 이어질 경우 매물 잠김 현상이 장기화돼 주요 지역 집값이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월세 시장 불안도 매매 시장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힌다. 누적된 공급 부족으로 전월세난이 장기화할 경우, 실수요자의 주거 부담이 커지면서 매매로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전월세 가격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공급 부족이 해소되지 않으면 임대차 수요가 매매로 전환되며 집값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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