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설명의 예술이 아니다. 정치는 선택의 예술이다. 설명은 행정의 영역이고, 선택은 정치의 영역이다. 설명을 잘하는 행정가는 유능할 수 있지만, 선택을 주저하는 정치인은 위기의 순간에 교체된다. 지금 오세훈 서울시장이 마주한 상황이 바로 그렇다.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오 시장은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강북 균형발전, 글로벌 톱5, 약자와의 동행 등 많은 시정을 잘 이끌고 있다. 그 수치도 정확했고, 논리도 치밀했다. 그러나 그 모든 말이 끝난 뒤에도 기자단과 정치권에 남은 인상은 하나였다. "맞는 말이지만, 두렵지는 않다."
정치에서 상대가 두려워하지 않는 리더십은 관리 대상이 된다. 관리 대상이 된 순간, 그 사람은 '대안'이 아니라 '교체 가능한 옵션'으로 분류된다. 오늘 오세훈의 가장 큰 문제는 정책이 아니라 태도였다. 그는 싸울 줄 아는 사람임을 보여줬지만, 싸울 준비가 된 사람이라는 신호는 끝내 주지 않았다.
오세훈 정치의 특징은 일관된다. 그는 늘 강을 아껴왔다. 여기서 강은 강할 강(强)이다. 결단의 강, 충돌의 강, 책임을 떠안는 강이다. 그는 중도 표심을 잃지 않기 위해 그 강을 늘 절제해 왔다. 그러나 지금의 국면은 묻고 있다. 정말 중도는 '강함'을 싫어하는가. 아니면 '결정을 미루는 태도'를 싫어하는가.
중도는 감정을 싫어한다. 그러나 원칙 위의 충돌은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리더십으로 인식한다. 지금 장동혁 지도부가 오세훈을 대하는 태도는 분명하다. "말은 세게 하지만, 결국 관리로 간다." 이 판단이 굳어진 순간, 당 지도부는 오세훈을 더 이상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후보 교체'라는 위험한 상상도 공공연히 떠돌게 된다.
오늘 기자회견에서 오 시장은 장동혁 체제를 향해 '과욕'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진단이다. 양립 불가능한 가치를 동시에 끌어안으려는 지도부의 욕심은 결국 중도 이탈과 수도권 패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정치에서 진단은 처방이 아니다. 처방 없는 진단은 경고가 아니라 푸념으로 들린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면전이 아니다. 탈당도 아니고, 감정적 폭발도 아니다. 오세훈에게 필요한 것은 단 하나다. 관리 불가능한 선택지가 내 손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것은 행동의 예고일 수도 있고, 구조의 전환일 수도 있다.
감사의 정원 논란도 마찬가지다. 이 사안은 법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자치의 문제이고, 정체성의 문제다. 중앙정부가 절차를 이유로 공사를 중단시키려 한다면, 서울시장은 분노가 아니라 구조로 맞서야 한다. '이 문제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지방정부의 결정권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다.' 이렇게 격상시키는 순간, 이 싸움은 이념 논쟁이 아니라 자치의 원칙 싸움이 된다. 중도는 이 프레임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여기서도 오세훈은 한 발을 남겼다. 저항권이라는 강한 단어를 쓰면서도, 그 다음 행동은 말하지 않았다. 정치는 '다음 수'를 예고하지 않는 순간 힘을 잃는다. 상대는 안도하고, 내부는 안이해진다. 참모들까지 "알고 있다"면서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는 장면이 그 증거다. 정치에서 가장 위험한 신호는 적의 칼이 아니라, 내부의 안일함이다.
오세훈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설명이 아니다. 더 많은 지표도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한 번쯤은 불편해지는 선택을 감수하는 용기다. 그것이 탈당이든, 정면 선언이든, 판을 흔드는 구조적 선택이든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 사람은 관리로 끝나지 않는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정치는 타이밍이다. 지금 이 타이밍을 놓치면, 오세훈은 다시 '유능한 행정가'로만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이상을 꿈꿔왔다. 서울을 지키겠다고 말했고, 특히 이날 '서울의 자부심'을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이제 보여줘야 한다. 관리가 아니라 결단으로 말이다.
온실 속의 화초는 바람을 피해 자란다. 그러나 선거는 온실이 아니다. 비를 맞고, 바람을 견디며, 뿌리를 깊게 내린 나무만이 끝까지 남는다. 오세훈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보호가 아니라, 단 한 번의 결단이다. 정치는 설명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정치는 선택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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