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소재 한 철강 업체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정부가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화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연내 마련하기로 하면서 전력 의존도가 높은 중화학 업계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지역 간 발전량 격차가 커 재생에너지가 남아도는 남부권은 수혜를 누릴 수 있지만 주변에 발전원이 풍부하지 않은 수도권과 중부권 사업장은 생산 비용 부담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3일 산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전기요금 개편안에 대해 업종별·기업별 온도 차가 뚜렷하다. 전력 자립도는 낮지만 24시간 365일 공장을 가동해야 하는 업체일수록 직격탄이 불가피하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연간 전력 사용량이 6000기가와트시(GWh)에 이른다. 현행 산업용 전기요금 평균 단가는 킬로와트시(㎾h)당 180-185원이다. 여기에 지역 가중 비용이 10% 안팎만 붙어도 연간 전기요금이 최대 600억원 이상 늘어나게 된다.
인근 대산산업단지 내 HD현대오일뱅크, 한화토탈에너지스 등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발전소와 거리, 송전 비용 산정 방식에 따라 비용 부담이 수백억 원 넘게 증가할 수 있다.
이와 달리 포스코 광양제철소처럼 중화학 계열이라도 전남·경남권 사업체는 상대적으로 호재다. 주변에 화력발전소뿐 아니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인프라도 충분히 구축돼 있어 강력한 원가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중심인 반도체 및 전자 부품 업계도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인공지능(AI) 인프라 수요 확대로 반도체 클러스터와 데이터센터가 밀집해 있지만 전력 공급은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경기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전기요금 차등제가 적용되면 용인시 반도체 클러스터의 연평균 전기료는 약 34.2%, 파주 디스플레이산업단지는 18.6%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에 장비·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사들은 비용 고통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제조 장비 업체 관계자는 "그나마 대기업들은 전기요금 부담을 감내할 여력이 있겠지만 협력사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며 "수주 싸움에서 경쟁력 갖추려면 결국 마진율을 낮춰야 하는데 인건비와 전기요금이 계속 올라가니 허리띠를 졸라매고 싶어도 더 조일 게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기업들의 전기요금 지출이 확대될수록 경영 지표도 함께 악화할 수밖에 없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9~11월 기준 지역에서 부과된 산업용 전기요금은 2조5374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4027억 원)와 비교해 5.58% 증가했다. 산업통상부는 최근 3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을 7차례 인상했다.
일각에선 전기료를 볼모 삼아 주요 기업에 대해 지방 이전을 압박하려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논란이 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호남 이전론에 다시 군불을 때려는 의도로 보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 전력망을 핑계로 클러스터 이전을 주장하는 가운데 전력 요금 개편안까지 발표되면서 용인 클러스터 조성 공사에 영향이 생기지는 않을지 걱정"이라며 "정부가 요금 차등화 의지를 강하게 나타낸 만큼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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