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중반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골드러시(Gold Rush)’가 일어났을 때, 전 세계에서 일확천금을 꿈꾸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너도나도 곡괭이를 들고 금광으로 달려갔지만, 역사가 기억하는 진짜 승자는 금을 캔 광부가 아니었다. 광부들에게 질긴 작업복을 팔았던 리바이 스트라우스였다. 그는 금을 찾지 않았다. 대신 금을 찾으러 가는 사람들이 반드시 필요로 하는 것을 팔았다.
21세기인 지금, 캘리포니아의 금광 대신 저 높은 우주에서 ‘제2의 골드러시’가 시작되고 있다. 이번에 노려지는 것은 금이 아니라 ‘우주 AI 데이터센터’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거인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일론 머스크는 로켓과 AI를 묶어 우주로 쏘아 올리려 하고, 중국은 국가 차원에서 우주 AI 인프라 구축을 선언했다. 땅 위에는 더 이상 전기를 댈 곳도, 열을 식힐 곳도 마땅치 않으니 아예 지구 밖으로 나가겠다는 발상이다. 19세기엔 서부로, 21세기엔 궤도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겉보기엔 화려한 ‘스타워즈’다. 태양광은 무한하고, 극저온 환경 덕분에 냉각 걱정도 없으니 우주가 AI의 유토피아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경제학의 오래된 격언은 대기권 밖에서도 유효하다. “There is no free lunch.”(공짜 점심은 없다)
우주 데이터센터는 낭만이 아니라 비용 덩어리다. 발사 비용은 천문학적이고, 고장이 나도 수리공을 부를 수 없다. 쏟아지는 우주 방사선은 반도체 수명을 갉아먹는다. 아직 경제성이 검증되지 않은 이 도박판에 미·중이 동시에 뛰어드는 이유는 단 하나, 패권(Hegemony) 때문이다. 누가 더 많은 연산을, 더 오래, 더 안정적으로 돌릴 수 있는 기지를 먼저 확보하느냐의 싸움이다.
냉전 시기 우주 경쟁이 달 착륙이라는 ‘상징’을 두고 벌어졌다면, 지금의 우주 경쟁은 데이터와 전력이라는 현실적 인프라를 둘러싼 싸움이다. 그리고 이런 싸움은 한 번 시작되면 중간에 멈추지 않는다.
한국이 ‘청바지’를 팔아야 하는 이유
그렇다면 답은 포기일까. 아니다. 여기서 다시 리바이 스트라우스의 교훈이 살아난다. 광부들이 금을 캐러 갈 때 반드시 청바지가 필요했듯, 미·중이 우주로 나갈 때도 반드시 챙겨야 할 필수품이 있다.
우주의 극한 환경을 견디는 저전력·고신뢰 반도체, 방사선을 버티는 특수 메모리, 위성 간 초저지연·보안 통신 기술이 그것이다. 이런 부품과 기술 없이는 머스크의 로켓도, 중국의 우주정거장도 그저 껍데기에 불과하다.
한국 반도체와 제조 기술이 노려야 할 지점은 바로 여기다. 거대한 우주 데이터센터를 직접 짓는 ‘시공자’가 될 수 없다면, 그 시설이 돌아가게 만드는 핵심 부품의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미국이 이기든 중국이 이기든, 한국산 기술 없이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게 만드는 것. 이것이 국제 정치경제에서 말하는 ‘초크포인트(Chokepoint·목줄) 전략’이다.
전쟁터의 상인
역사를 돌아보면, 전쟁터에서 가장 실속을 챙긴 건 무모한 장수가 아니라 계산 빠른 상인이었다. 나폴레옹 전쟁에서 군수업자가 부를 쌓았고, 20세기 냉전에서도 미사일보다 부품과 소재가 더 오래 살아남았다.
우주 AI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이 화려한 불꽃놀이에 현혹돼 무리하게 로켓을 쏘아 올릴 것인가, 아니면 싸우러 가는 그들의 손에 비싼 값으로 ‘우주용 청바지’를 쥐여줄 것인가.
선택의 시간은 길지 않다.
시장은 언제나 낭만을 좇는 자가 아니라, 계산이 빠른 자의 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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