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미 연준 의장에 필요한 덕목: 매파도 비둘기파도 아닌 정치적 중립

월가와 워싱턴, 중앙은행을 모두 거친 케빈 워시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후보로 거론되자 시장은 즉각 두 갈래 반응을 보였다. 한쪽에서는 “이제야 연준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가, 다른 한쪽에서는 “연준이 가장 취약한 시점에 가장 큰 실험을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동시에 제기된다.

사람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지만, 이번 인사는 개인의 성향이 곧바로 제도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을 더욱 예민하게 만든다.

워시의 강점은 분명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정책 최전선에 있었고, 월가의 언어와 중앙은행의 논리를 동시에 이해한다. 무엇보다 그는 “연준이 너무 많은 역할을 떠안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오래전부터 공개적으로 제기해왔다. 대차대조표 축소, 정책 프레임워크 재정비,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경계 복원 같은 메시지는 시장이 요구해온 ‘정상화’의 문법과 맞닿아 있다. 일부에서는 그를 트럼프 2기에서 가장 시장친화적인 선택으로 평가한다. 월스트리트저널 역시 유사한 논조로 힘을 실었다.

그러나 시장이 진짜로 따지는 것은 ‘의지’가 아니라 ‘가능성’이다. 연준 의장은 강력해 보이지만 금리는 위원회가 결정한다. 의장에게 주어진 표는 한 표뿐이다. 결국 핵심은 내부 합의를 어떻게 만들고, 시장과 어떻게 소통하느냐다. 워시가 과거 연준을 향해 던졌던 강한 비판은 문제 제기로서는 유효했지만, 조직을 이끌 리더십이라는 측면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책이 옳아도 설득에 실패하면 시장이 먼저 흔들린다. 

전문가들이 특히 민감하게 보는 대목은 정치와의 거리다. 이번 인사 자체가 ‘낮은 금리’를 원하는 백악관의 기대와 분리돼 보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준의 독립성은 선언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시장은 선언이 아니라 흔적을 본다. 워시가 취임 초반 내놓을 발언 한마디, 기자회견에서의 뉘앙스, 의사록에 남는 문장 하나하나가 모두 정치적 의중의 반영인지, 데이터에 기반한 판단인지를 두고 해석될 것이다. 뉴욕타임스가 지적한 것도 결국 이 지점이다.

금리 수준 자체보다 ‘의사결정의 정당성’이 흔들릴 때 시장이 치르는 비용이 훨씬 커진다는 경고다.
그렇다면 워시는 개혁을 밀어붙일 수 있을까. 가능은 하지만 조건이 있다.

첫째, 속도보다 순서다. 대차대조표 축소와 정책 프레임 조정은 필요하지만, 시장 유동성에 충격을 주는 순간 ‘정상화’는 ‘사고’로 변한다. 둘째, 메시지의 일관성이다. 연준은 정책 그 자체보다 커뮤니케이션으로 시장을 움직인다. ‘정치적 압박을 무시하겠다’는 선언보다, 데이터와 원칙을 반복적으로 증명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다.
셋째, 백악관과의 관계 설정이다. 대통령의 요구를 그대로 따르자니 신뢰가 무너지고, 무조건 각을 세우자니 충돌이 정책 불확실성으로 번진다. 중앙은행의 역할은 인기 경쟁이 아니라 기대 관리다.

글로벌 시장의 관점에서 이번 인사가 곧바로 금리 인하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초기에는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워시가 ‘완화’를 언급하는 순간에도 그 근거가 데이터인지 정치인지부터 따질 것이다. 해석이 엇갈리면 장기금리와 달러가 먼저 반응하고, 신흥국 자금 흐름과 원화 같은 고변동 통화, 글로벌 위험자산 가격이 그 뒤를 따른다.

결론은 단순하다. 워시의 시험대는 ‘능력’이 아니라 ‘중립성’이다. 연준이 신뢰를 잃는 순간 금리는 낮아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장은 위험 프리미엄을 얹어 장기금리를 끌어올린다. 낮은 금리를 원한다면, 역설적으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연준을 정치로부터 멀리 두는 것이다. 그 선을 지킬 때에만 개혁도, 완화도 시장의 언어로 받아들여진다.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케빈 워시(55)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를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하면서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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