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한·나토 방산협력, 안보를 넘어 산업과 국익의 문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이 벨기에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라드밀라 셰케린스카 사무차장을 만나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한 것은 단순한 외교 일정으로 보기 어렵다. 글로벌 안보 질서가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어떤 파트너와 어떤 방식으로 국익을 확장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 드러난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번 면담에서 양측은 방산, 정보 공유, 사이버 안보 등 실질 협력을 강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는 ‘평화를 위한 협력’이라는 선언적 언어를 넘어, 안보·산업·외교가 결합된 협력 단계로의 진입을 의미한다. 유럽과 인도·태평양의 안보가 더 이상 분리될 수 없다는 나토의 인식은, 한국의 전략적 위상이 주변적 수준을 넘어섰음을 보여준다.

해외 사례는 시사점이 분명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폴란드는 나토 최전선 국가로 부상하며 방산을 국가 산업 전략으로 끌어올렸다. 단순 무기 구매에 그치지 않고 현지 생산, 기술 이전, 장기 유지·보수(MRO)를 패키지로 설계해 안보 수요국에서 유럽 방산 허브 후보로 위상을 전환했다. 안보 협력이 비용이 아니라 산업을 키우는 투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인구 500만 명 남짓의 노르웨이 역시 참고할 만하다. 노르웨이는 모든 무기를 만들려 하지 않는다. 대신 미사일, 레이더, 해상 방산 등 강점 분야에 집중해 나토 체계 안에서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확보했다. 이는 규모보다 중요한 것이 ‘포지션’이라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 점에서 한·나토 협력의 핵심은 방산이다. 방산은 더 이상 단순한 무기 수출이 아니다. 체계와 기준, 운용 개념을 공유하는 외교 자산이다. 미국이 방산을 상업 활동이 아니라 동맹 관리 수단으로 다뤄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기를 파는 것은 계약이지만, 체계를 공유하는 것은 관계”라는 말은 현실을 정확히 짚는다.

본보가 방산포럼을 통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K-방산은 개별 계약의 성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공동 생산, 기술 협력, 유지·보수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 때 산업 경쟁력과 외교적 영향력이 함께 축적된다. 나토와의 협력은 K-방산이 다자 안보 체계 속 전략적 공급자로 도약할 수 있는 현실적 통로다.

일각에서는 안보 협력을 비용이나 부담으로만 바라본다. 그러나 국제 질서의 현실은 다르다. 안보는 비용이 아니라 보험이며, 동맹은 선언이 아니라 이해관계로 유지된다. 안보 협력을 회피한다고 중립이 보장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조 장관이 벨기에 부총리와의 면담에서 수교 125주년을 언급하며 경제·문화·학술 협력 강화를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안보 협력은 외교 고립을 부르는 선택이 아니라, 오히려 경제와 산업 협력을 확장하는 지렛대다. 오늘날 안보·산업·외교는 분리 가능한 영역이 아니다.

지금 세계는 공급망과 기술, 안보 동맹이 동시에 재편되는 국면에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더 이상 선택받기만 하는 국가가 아니다. 협력의 방향을 제안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 한·나토 협력은 그 위상을 현실로 만드는 수단이다.

국익은 구호로 지켜지지 않는다. 구조와 선택으로 축적된다.
한·나토 협력과 K-방산의 결합은 바로 그 국익의 구조를 만드는 문제다.

조현 장관이 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대외관계청EEAS에서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제2차 한-EU 전략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현 장관이 2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대외관계청(EEAS)에서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제2차 한-EU 전략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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