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破竹之勢)'는 중국 고서 《진서》에 나온 사자성어입니다. 위·촉·오 삼국시대의 말기, 위나라를 멸하고 등장한 진나라의 장수 두예가 오나라를 공격하면서 "우리 병사들의 사기가 ‘대나무를 쪼개는 기세’와 같다"고 한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2026년 1월, 코스피가 파죽(破竹)의 기세와 같습니다. 온갖 대외 리스크가 불거지는 와중에도 연초부터 단 하루(1월20일)를 빼곤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달 들어 13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지난 19일 처음으로 장중 4900선을 돌파했습니다. 20일 주춤했지만, 연초 이후 상승률만 약 16.48%에 달합니다. 일일 거래대금도 지난 2일 17조5200억원에서 이날 34조8896억원까지 두 배 가량 급증했습니다. 지난해까지로 기간을 넓혀보면 상승세는 더욱 뚜렷합니다. 코스피는 지난해 1월 2일 2399.49에서 출발해 이날 4909.93로 장을 마감하며 104.56% 상승했습니다.
5000피를 목전에 둔 시점이지만, 모두가 행복한 건 아닙니다. 눈물을 넘어 '패닉'에 빠진 이들도 있습니다. 바로 인버스 투자자들입니다. 최근 온라인 투자자 커뮤니티에는 한 인버스 투자자가 "코스피 곱버스 ETF에 전 재산을 투자했다가 약 8억원의 손실을 봤다"는 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글에선 씁쓸함을 넘어 절망까지 느껴집니다.
[주린이의 투자노트] 이번 회차 테마는 '인버스'입니다. ETF 상품을 중심으로 인버스 상품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인버스·곱버스는 얼마나 하락했을까?
인버스는 기초지수의 일별수익률을 역방향으로 추적하는 상품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지수가 하락하면 수익이 나는 상품입이니다. 인버스의 '매운 버전'은 곱버스입니다. 인버스의 곱절, 즉 지수 변동 폭을 2배로 추종하는 상품입니다. 코스피가 끝모를 상승곡선을 그리는 와중에도, '언젠가는 하락할 것'이라는 청개구리 베팅이 인버스와 곱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투자신조는 이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마냥 오르는 지수는 그 어디에도 없다."
인버스는 하락에 배팅하는 상품이기에 주식시장이 하락하면 기초지수의 일별 하락률만큼 역으로 수익을 냅니다. 예를 들어 기초지수가 코스피라면, 코스피가 -1% 하락 할 때 인버스는 +1% 상승하는 구조입니다. 증시 하락을 예상하고 들어가서 수익을 내는 투자입니다.
그렇다면 코스피가 급상승한 가운데 인버스 상품의 성적표는 어떨까요. 먼저 코스피를 추종하는 대표 인버스 ETF 상품 3종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달 2일부터 20일까지 TIGER인버스(-15.27%), ACE인버스(-14.45%), KODEX인버스(-14.40%)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면치 못했습니다.
기간을 지난해 초로 확대하면 낙폭은 더 커집니다. 지난해 1월 2일부터 이달 20일까지 KODEX인버스(-56.62%), ACE인버스(-56.22%), TIGER인버스(-56.49%) 등 모두 50%가 넘게 하락했습니다. 1000만원을 넣었다면 500만원도 안되는 원금만 남은 겁니다.
일명 ‘곱버스’에 투자한 투자자의 속은 더 새까맣게 타들어갔을 겁니다. KIWOOM 200선물인버스2X는 새해 들어 –27.88% 하락했습니다. 해당 상품은 코스피200 지수와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는 코스피200 선물지수를 역으로 2배 추종합니다.
이달 2일부터 전일까지 RISE 200 선물인버스2X(-27.58%), PLUS 200선물인버스2X(-27.56%), KODEX 200선물인버스2X(-27.32%), TIGER 200선물인버스2X(-27.19%)로 유사한 상품들 역시 일제히 급락했습니다. 지난해 초부터 보면 이들 상품 모두 손실률이 -82.67~-82.70%에 달합니다.
그래도 식지 않는 개인들의 인버스·곱버스 사랑
이렇게 마이너스 수익률을 내는데도 인버스와 곱버스를 향한 개인들의 애정은 식을 줄 모릅니다. 마이너스 수익률에도 투자자들은 뭉칫돈을 싸들고 인버스로 몰렸습니다. 올해 들어 개인투자자는 KODEX 인버스 상품을 1535억8350만원 어치 순매수에 나섰습니다. 같은 기간 TIGER인버스와, ACE인버스에도 각각 64억3914만원, 7억3002만원의 순매수세가 몰렸습니다.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는 곱버스 상품을 얼마나 사들였을까요? 곱버스 상품으로의 유입은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KODEX200선물인버스2X는 개인의 순매수금액이 무려 4119억6428만원에 달합니다. TIGER200선물인버스2X가 114억8169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외에도 RISE 200선물인버스2X와 KIWOOM 200선물인버스2X에도 각각 11억4988만원, 5억7257만의 순매수 금액을 기록했습니다.
코스피가 조정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에 베팅하는 개인투자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걸 방증하는 숫자들입니다. 21일을 전후해 인버스·곱버스 투자액이 조금 줄어든 것으로 나오지만, 여전히 절대 규모는 큽니다.
인버스 투자자의 눈물…언제 멈출까요?
지금 주가 흐름이 단기 흐름일지, 본격적인 상승 초입일까요. 인버스 투자자들의 눈길은 온통 여기에 쏠려 있습니다. 급격한 조정은 아니더라도 일부 조정만 받아도 그동안 까먹은 원금을 조금이라도 회수할 수 있을테니까요. 그런데 시장에선 코스피가 더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더 많습니다. 정부의 증시 활성화 소재(자사주 소각 등)가 아직 더 남아 있고, 서학개미 환류를 위한 세제혜택 상품도 곧 나올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JP모건과 맥쿼리 등 외국계 투자은행들은 코스피 6000선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이번 강세장은 이익 성장을 바탕으로 한 펀더멘털 장세라는 점에서 코스피는 여전히 저렴한 수준"이라고 평가합니다. 강세장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의 벨류에이션 부담이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증권사들의 눈높이도 빠르게 올라가고 있습니다. 이달 들어 한국투자증권은 코스피 목표치 상단을 5650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키움증권과 하나증권도 5600으로 올렸습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하루하루 새 역사를 써나가고 있는 코스피에, 지수가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을지를 두고 시장의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전망대로라면 인버스·곱버스 투자자들의 눈물이 마를 날은 아직도 요원해 보입니다.
이제 결론을 내려볼까요. 인버스 ETF 상품설명서를 살펴보면 "일간 투자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운용되는 펀드로, 단기거래를 위해 설계된 상품"임을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장기투자상품으로 고려하는 투자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경고합니다 .
전문가들 역시 하루 단위로 수익률이 설정되기 때문에, 변동성이 큰 장세에 장기간 보유할수록 손실이 더욱 커지는 구조라고 지적합니다. 여기에 수수료 부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인버스 상품으로 눈물을 흘리는 투자자들에게 '볕들 날'은 언제 올까요.
[주린이의 투자노트]는 주식 초보의 시각에서 주식시장 이야기를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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