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을 거의 안 하던 때와는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작품에서만 보면 아무래도 다가가기 어렵잖아요. 그냥 보기만 하게 되고요. 예능을 하면서 대중과 조금 더 친해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 변화가 작품을 선택할 때도 영향을 주는 것 같고요.”
최근 서울 종로구 아주경제 사옥에서 만난 최다니엘은 지난해의 변화와 현재의 고민,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비교적 담담한 톤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예능 출연이 늘어나며 자연스럽게 따라붙은 ‘이미지 변화’라는 말에 대해서도 그는 이를 의도적인 변신이나 전략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영역을 하나씩 경험해보는 과정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예능은 배우로서 방향을 바꾸기 위한 선택이라기보다 스스로의 폭을 확인해보는 하나의 실험이었다.
“기존에 제가 하던 분야와는 완전히 다르니까 신인 같은 느낌으로 감사하게 하고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여러 장르를 해보고 싶었어요. 리얼 버라이어티든 콩트든 직접 해봐야 저한테 맞는 걸 알 수 있잖아요. 사실 마음속에 하나 있었던 기준은 남들이 피하고 싶어할 것 같은 예능을 해보고 싶다는 거였어요.”
그는 그동안 드라마와 영화에서 쌓아온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결에 놓인 예능에 오히려 더 끌렸다고 했다. 고생을 전제로 한 리얼 버라이어티의 방식이 자신에게 맞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고위직 배역이나 차가운 캐릭터를 많이 했잖아요. 그런데 리얼 버라이어티는 고생을 사서 하는 느낌이 있잖아요. 여행 예능도 그렇고요. 그런 생생한 리얼함이 저와 잘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선택을 하게 된 배경에는 나이에 대한 자각도 작용했다. 그는 마흔을 앞둔 시점에서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연기도 그렇고 연애도 그렇고요. 그 나이대에 할 수 있는 건 지나가면 못 할 수도 있잖아요. 마흔이 되면서부터 그동안 피했던 것들을 한번 부딪쳐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낯설고 두려운 걸 계속 피하다 보면 결국 편한 것만 하게 되더라고요.”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고정으로 이어지는 배경에는 현장에서의 태도 역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스태프들 사이에서 ‘같이 일하기 편한 배우’라는 평가를 듣는 이유에 대해 그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꼽았다.
“자화자찬을 해보자면요. 제작진 분들이 가끔 해주시는 말씀이 있어요. 주어진 환경에서 열심히 한다고요. 제가 100을 한다고 해서 다 전달되는 건 아니잖아요. 보는 분들 취향도 다 다르고요. 그런데 뒤돌아봤을 때 설렁설렁 대충 했다는 느낌이 남는 걸 싫어해요. 저 스스로에게 창피한 행동을 안 하고 싶어서요.”
그는 예능 현장에서도 연기 현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태도로 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결과보다 과정과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예능에서는 수단이나 방법이 조금 부족해 보이더라도 일단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이에요. 힘들든 뭐든 다 부딪쳐보자는 거죠. 머리도 밀고 웃통도 벗고 바지도 갈아입고 하는 게 편안하게 봐주시는 이유 아닐까 싶어요.”
과거보다 심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현장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그는 젊었을 때 자신과 지금을 비교하며 ‘공동 작업’에 대한 감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20대 때는 연기를 하면 100%를 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면 예민해질 수밖에 없고요. 그런데 영화나 드라마는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잖아요. 내가 30%만 하더라도 주변을 볼 수 있으면 현장이 달라져요. 실수에 대한 두려움도 줄어들고요.”
예능 활동이 늘어나며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질문 중 하나는 ‘연기와 예능의 경계’였다. 그는 이 고민이 비단 자신만의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주변에서는 오히려 더 걱정을 해요. 그런데 요즘은 배우가 배역 밖에서 자유로운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서 작품 몰입이 깨진다고만 보지는 않는 것 같아요. 할리우드 배우들도 SNL에서 망가지고 인터뷰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잖아요.”
그는 좋아하는 배우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를 언급하며 사적인 이미지와 작품 속 이미지가 반드시 충돌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평상시 모습은 그냥 아저씨 같은데 작품에 들어가면 완전히 몰입되잖아요. 그게 오히려 더 완성된 느낌 아닐까 싶어요. 24시간 내내 멋있는 척할 수는 없잖아요. 요즘은 특히 미디어가 발달해서 진심 없이 가식으로 임하면 금방 들키고요.”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대해서도 그는 비교적 현실적인 시선을 드러냈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요즘은 본방을 챙겨보는 시대도 아니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로 보기도 하잖아요. 제작진 입장에서도 통계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안 보면 없는 거잖아요. 아무리 명장면이어도요.”
유튜브를 시작한 이유 역시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그는 유튜브를 하나의 프로그램이라기보다 ‘개인 프로필’에 가까운 공간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유튜브는 진심으로 하고 있어요. 저만의 코드를 자유롭게 펼치고 싶은 공간이 바로 유튜브예요. 예전에는 프로필 돌릴 때 영상도 직접 찍었거든요. 헬스하는 것도 찍고 블로그도 올리고요. 지금 유튜브는 프로덕션 느낌이 강해졌지만 저는 예전의 홈비디오 같은 느낌을 가져가고 싶었어요.”
예능에서 보여준 유쾌한 모습이 본래의 최다니엘과 다르다는 평가에는 고개를 저었다.
“늘 똑같았어요. 다르게 한 건 없어요. 다만 타이밍이 맞았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점잖게 해라’ ‘있는 사람처럼 보여라’ 이런 말을 많이 들었거든요.”
그는 주연 배우로서 무게감과 친근한 이미지 사이에서 고민도 있었음을 숨기지 않았다.
“멋있고 고급스러운 것만 가치가 있나, 그런 고민이 있었어요. 대한민국 99%는 친근한 사람이잖아요. 그게 가치가 없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죠.”
올해 공개될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그는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에서 새롭게 창작된 인물을 맡아 또 다른 결의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확고한 세계관과 캐릭터가 자리 잡은 작품에 합류하는 만큼 접근 방식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유미의 세포들’은 이미 캐릭터들이 너무 선명하잖아요. 저는 새롭게 만들어진 인물이다 보니 기존 캐릭터들을 흔들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게 가장 중요했어요. 너무 튀어도 안 되고, 그렇다고 존재감이 없어도 안 되는 위치라서 그 균형을 잡는 게 가장 고민이었죠.”
그는 긴 호흡으로 서사를 끌고 가는 배역과 중간에서 흐름을 잇는 배역의 차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동안은 이야기의 중심에서 긴 호흡으로 끌고 가는 배역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중간에서 관계를 이어주는 배역이었어요. 호흡 자체가 다르더라고요. 감정을 쌓는 방식도 다르고 타이밍도 달랐어요. 그래서 더 유연하게 대처하려고 했어요.”
마지막으로 그는 올해의 방향에 대해 비교적 또렷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무엇을 더 보여주겠다는 선언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관객과 만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올해는 유튜브에 조금 더 집중해보고 싶어요. 영화와 드라마, 예능의 중간 어딘가에 있는 걸 해보고 싶어요. 스케치 코미디 같기도 하고 페이크 다큐 같기도 한데 웃기려고만 하지는 않는 형식이요. 롱폼은 작심하고 봐야 하는 시대가 왔잖아요. 그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걸 찾아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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