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인공지능(AI)’이 본격화 하며 인공지능이 물리적 몸을 갖는 단계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도 단절됐던 로봇 예산을 다시 확대하며 하반기 대형 사업 추진에 나설 계획이다.
7일 범부처통합연구원지원시스템(IRIS)과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SROME)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로봇 및 피지컬AI 관련 R&D 사업 약 20여 건(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피지컬AI PoC 등 5건, KEIT 로봇산업기술개발 8건 등)을 약 2500~3000억원 규모로 마감했다.
올해는 과기정통부와 IITP가 지난해 시작한 연구 용역 등을 바탕으로 한 대형 사업 추진에 나선다. KEIT는 '로봇산업기술개발 추가 수요조사'에 나서며 'K-휴머노이드 연합'과 산업 현장 실증에 나설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피지컬 AI는 단순한 로봇 제작이 아니다"라며 "하드웨어 플랫폼부터 요소 기술, 두뇌 역할을 하는 모델과 이를 학습시키기 위한 데이터, 그리고 AI 반도체까지 모두 갖춰야 하는 '풀스택' 싸움으로 정부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포함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지원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중국이 로봇 물량과 시연 중심의 접근에서 앞서 있지만, 산업 특화형 피지컬 AI 경쟁에서는 아직 우열이 가려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중국도 산업 특화형 피지컬 AI는 아직 본격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이어졌던 로봇과 휴머노이드 분야의 예산 공백을 끊고 연구개발 재시동에 나섰다. 2026년 과기·ICT 연구개발 예산은 총 8조 1188억원으로 전년 대비 25.4% 증액됐다. 이 가운데 피지컬 AI를 포함한 AI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향후 5년간 약 6조 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경남과 전북은 제조 분야 피지컬 AI 특화 거점으로 지정돼 실증 중심의 연구개발에 착수한다.
앞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AI 3대 강국을 달성하기 위해 글로벌 피지컬AI 주도권 선점은 중요하다"며 "정부 역량을 결집해 기업·대학 등과 함께 피지컬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로봇연맹(IFR)에 따르면 한국의 로봇 밀도는 노동자 1만 명당 1012대로 세계 1위다. 중국은 470대로 3위에 머물러 있다. 이는 산업 현장에서 피지컬 AI 학습에 필요한 고품질 데이터를 확보하는 데 한국이 유리한 환경을 갖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중 로봇 기술 격차가 많이 1년 이내로 좁혀졌지만 업계에서는 한국이 부품 신뢰성과 데이터 정밀도에서 여전히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CES 성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전체 1차 수상 284개 중 한국이 168개(60%)로 3년 연속 최다를 기록한 가운데,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HL디앤아이한라(디봇픽스), 현대자동차 모베드(로보틱스 최고혁신상), 스튜디오랩(젠시 스튜디오) 등 주요 기업들이 상을 받았다. 단기간의 예산 공백에도 불구하고 산업 현장에 바로 적용 가능한 기술 경쟁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기업들의 로드맵 역시 구체화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통해 차세대 전동식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앞세워 2028년부터 연간 3만 대 규모의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같은 해 미국 HMGMA 메타플랜트에 실전 투입할 계획이며, 구글 딥마인드와 협력해 ‘제미나이 로보틱스’ 기반 기술을 고도화한다. LG전자는 AI 홈 허브 로봇 ‘클로이드’를 중심으로 2026년 내 가사 자동화 서비스를 본격화하고,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을 통해 로봇 데이터셋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CES에서 공개된 ‘아틀라스’는 새로운 작업을 24시간 이내에 학습할 수 있는 피지컬 AI 모델을 탑재해 학습 속도의 한계를 크게 낮췄다. 2030년 이후 복합 부품 조립 공정까지 로봇이 본격 투입될 경우, 제조 원가를 약 20~30%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스타티스타 등 주요 리서치 기관들은 글로벌 피지컬 AI 시장은 2024년 41.2억 달러에서 2034년 611.9억 달러, 약 80조 원 규모로 연평균 25~30% 고성장을 예측한다. 자율 AI 에이전트 시장도 동기간 4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물량 공세와 달리 한국은 산업 현장 중심의 정밀한 피지컬 AI로 승부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며 “지금의 정책 재시동이 지속 투자로 이어질지 여부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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