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노코 초중질유 중국 외 시장에 풀리나...韓 정유 "기술력 충분"

  • 트럼프, 미국 석유 메이저 베네수엘라 진출 강조

  • 베네수엘라 증산 가능성...원유 공급과잉 장기화

  • 국내 정유사 초중질유 정제 기술 갖춰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공개한 3일현지시간 미군의 군사작전으로 체포된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사진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자신의 트루스소셜 계정에 미군의 군사작전으로 체포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트루스소셜]

마두로 정권이 붕괴되면서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중국 외 시장에 풀릴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정유 업계는 원유 공급과잉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하면서 기술력으로 공급망 불안정이라는 파고를 넘는다는 구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 마러라고 별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 메이저 석유기업들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심각하게 파괴된 베네수엘라 석유 인프라를 복구할 것"이라며 "대부분 25년 전 미국이 설치한 것이고 그것을 교체함으로써 베네수엘라를 돌보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국내 정유 업계에선 미국이 실질적으로 석유 매장량 1위에 올라서면서 중국과 'OPEC+(석유수출국기구+러시아)'를 언제든지 견제할 수 있는 주도권을 확보하게 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베네수엘라산 원유가 시장에 풀리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당분간 석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베네수엘라 오리노코 벨트에 매장된 초중질유(Extra Heavy Oil)는 그 막대한 매장량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제재와 자국 내 기술력 미비 등으로 인해 그동안 전 세계 원유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미미했다. 

2020년 조사 기준으로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약 17%에 달하는 3030억 배럴이 묻혀있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상온에선 점성이 고체나 다름없는 초중질유라 시추·운송·정제에 큰 비용과 높은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말부터 미국 메이저를 중심으로 유전 개발이 본격화됐지만 지난 2007년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자국 내 모든 유전에 대한 국영화 조치를 발표하면서 메이저들은 반강제적으로 베네수엘라에서 철수해야만 했다. 이후 높은 생산단가에도 불구하고 고유가에 힘입어 베네수엘라산 초중질유 수요는 지속 증가했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으로 유가가 급락하면서 상황은 급반등했다. 미국의 제재로 판로가 막히고 유가가 하락하면서 채굴 수익성도 덩달아 하락했다. 차베스 전 대통령의 포퓰리즘과 함께 베네수엘라 경제 위기의 주된 배경이다.

미국의 해상 봉쇄와 정체불명 디도스 공격의 영향으로 인해 현재 베네수엘라석유공사(PDVSA)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100만 배럴 이하로 극도로 떨어진 상황이다.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마저도 대부분 중국에 수출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베네수엘라 전체 원유 수출량의 약 80%를 크게 할인된 가격에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트럼프의 구상대로 베네수엘라 정국이 안정화되고 미국 메이저들이 초중질유 운송·정제를 위한 설비 현대화에 본격 착수할 것으로 예측되는 2027년 하반기부터는 베네수엘라산 원유 공급량이 급증하며 전 세계적인 원유 공급 과잉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제원유시장은 미국·캐나다·브라질·가이아나 등 비OPEC+ 4개국이 원유 생산을 지속 확대함에 따라 지난해부터 공급과잉에 직면했다. OPEC+도 지난해 4월부터 감산을 멈추고 증산에 나서면서 원유 가격 하락을 부채질했다. 이달 초 기준 서부 텍사스유는 배럴당 57달러대, 북해 브렌트유는 60달러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올해도 원유 공급의 증가세가 이어지고 수요는 평년을 약간 웃돌 것으로 예측되면서 전 세계 공급과잉 규모가 팬데믹 이후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마두로 정권 붕괴 이후 베네수엘라에 친미 정부가 구성되면 미국은 자국 내 셰일가스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 유전 운영권까지 확보하면서 전 세계 1위 원유 수출국의 위상을 공고히 하게 된다. 이를 토대로 전 세계 1위 원유 수입국인 중국을 자원으로 압박하면서 OPEC+의 증산·감산 결정도 무력화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그동안 주로 중동에서 원유를 수급하던 한국 입장에서도 공급망 불확실성이 가중될 우려가 크다. 한국은 과거 베네수엘라에서 몇 차례 '오리멀젼(베네수엘라산 역청)'을 도입한 이후 관계가 끊어진 상황이다. 다만 현재 미국 메이저 중 유일하게 베네수엘라 내에서 유전을 운영하고 있는 셰브론이 GS칼텍스의 대주주인 만큼 베네수엘라산 초중질유의 국내 도입 가능성은 열려있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한국 정유사들은 지금까지 벙커C유(중유), 아스팔트 등 저렴한 중질유분을 재정제해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바꾸는 데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며 "이를 토대로 베네수엘라산 초중질유를 정제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바꾸는 등 기술력으로 공급망 변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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