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2026년은 이대로 마이너스 성장을 맞을 것인지, 새로운 성장의 원년을 만들 것인지를 결정할 거의 마지막 시기”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2일 서울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2026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관세 폭풍과 정치적 격랑 속에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상당히 짙었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점차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에는 0% 성장을 걱정할 정도로 상황이 녹록지 않았지만, 정부와 기업이 함께 뛰면서 현재는 0.9~1% 수준의 성장을 만들어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최 회장은 “대통령과 총리, 통상팀이 적극적으로 움직인 덕분에 관세 협상이 잘 마무리됐고, APEC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글로벌 협력의 고리도 만들었다”며 “통상의 벽이 매우 높았던 한 해였지만 기업인들은 반도체, 자동차, 방산, 에너지 등 첨단 시장을 적극 공략했고, 그 결과 지난해 수출이 사상 처음으로 7000억달러를 돌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현재의 성장 흐름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최 회장은 “지금의 성장률은 미래를 만들어가기에는 역부족”이라며 “1996년을 돌아보면 우리 경제는 8%대 성장을 기록했지만, 이후 5년마다 약 1.2%포인씩 감소해 현재는 0.9% 수준까지 내려왔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상태로 5년을 더 간다면 마이너스 성장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며 “마이너스 성장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 성장을 견인할 자원 자체가 사라지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자본은 수익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이동하기 마련이기 때문에, 국내에는 외국인직접투자(FDI)는 물론 우리 국민의 투자조차 위축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은 애국심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재 유출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했다.
최 회장은 “올해는 모든 논의의 초점을 성장에 둬야 한다”고 강조하며, 가장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인공지능(AI)을 꼽았다. 그는 “AI 파도에 제대로 올라타기 위해서는 AI 제너레이션을 이끌 스타트업 시장을 키우고, 관련 인프라를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동시에 해외 리소스도 적극 유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 규제 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최 회장은 “기업 규모에 따라 규제가 달라지는 계단식 규제는 이제 걷어낼 필요가 있다”며 “규모가 아니라 성장성을 기준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과 제도를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과 산업 정책 역시 성장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역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유인 체계를 만들고, 스타트업부터 대기업, 중후장대 주력 산업은 물론 바이오·콘텐츠·뷰티 등 신산업까지 성장 스토리가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며 “모든 정책의 초점이 일관되게 성장에 맞춰졌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의 실행 방식에 대해서는 보다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최 회장은 “그동안 수출을 많이 하면 수출을 장려하는 등 익숙한 방식으로 성장을 도모해 왔다”며 “이제는 거의 마지막 단계인 만큼,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시도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부터 새로운 기업가 정신으로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계의 역할로 △혁신적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투자와 고용 확대 △글로벌 협력을 통한 고비용 구조 개선과 부가가치 창출 △양극화·불평등·지역 소멸·저출산 등 사회 문제에 대한 효율적 해결 방안 모색 등을 제시했다. 최 회장은 “이들 문제를 각각 따로 풀다 보면 자원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며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창의적 해법을 기업이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회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 묶여 있는 일부 법제는 미래에 맞게 고쳐야 하고, 획일적이고 경직된 시장을 보다 유연하고 신축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기업은 성장을 통해 더 많은 일자리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 규모를 기준으로 규제하는 체계에서 벗어나, 성장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전환되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국제 협력과 관련해서는 일본과의 경제 협력을 언급했다. 최 회장은 “경제·사회 구조가 비슷한 이웃 나라들과 협력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특히 일본과는 공감대를 넘어 실행 가능한 협의체를 만들어 구조적인 고비용 문제를 함께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메가 샌드박스의 실질적 작동을 위한 제도화도 요청했다.
최 회장은 “우리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게임의 규칙 앞에 서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기업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기업인들은 새로운 기업가 정신으로 대한민국의 성장을 다시 한번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6년 병오년을 정부·국회·기업이 원 팀으로 대한민국의 성장을 만들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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