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사빠의 핀스토리] 욕먹을 걸 알면서도…실손·車보험료,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

  • 4세대 실손 손해율 147.9%…고액·다빈도 이용자 때문

  • 4년 연속 자동차보험료 인하로, 손보 1등도 자보 적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보험료 인상 소식이 나올 때마다 소비자 반응은 냉담합니다. "또 보험사 배만 불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반복됩니다. 내년 실손의료보험 보험료 인상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평균 인상률은 7.8%로 예정돼 있고, 특히 4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일부 가입자는 20%대 인상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부담이 적지 않습니다. 다만 이 인상이 왜 반복되는지, 그 배경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집니다.
100원 걷어 150원 지급…실손보험의 불편한 현실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상 때마다 같은 설명을 내놓습니다. "손해율이 너무 높다"는 말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책임 회피처럼 들릴 수 있지만, 실손보험의 손해율 구조를 보면 단순한 변명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습니다. 심지어 4세대 실손 손해율은 147.9%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보험료로 100원을 걷어 150원가량을 지급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특정 연도의 일시적 손실이 아니라, 상품 구조 자체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실손보험의 기본 전제는 '공동부담'입니다. 다수의 가입자가 위험을 나누고, 의료비 지출이 많은 가입자와 적은 가입자가 함께 부담하는 구조입니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는 일부 고액·다빈도 이용자의 의료비가 과도하게 늘어나면서 이 전제가 사실상 무너졌습니다. 비급여 진료 확대와 의료 이용 쏠림 현상이 겹치며, 소수의 이용 패턴이 전체 손해율을 끌어올리는 구조가 굳어졌습니다.

그럼에도 실손보험은 소비자 입장에서 '없으면 불안한' 상품입니다. 병원비 부담을 직접적으로 줄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더 이상 적극적으로 판매하고 싶은 상품이 아닙니다. 수익성이 낮아서라기보다는, 업계 전반이 구조적 부담을 떠안고 유지하는 상품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실손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가 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시장을 키울수록 손실이 확대되는 구조에서는 확장이 쉽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보험 상품 수익으로 실손 손실을 메우면 되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이는 실손 가입자가 아닌 다른 보험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정 상품의 구조적 손실을 다른 가입자에게 떠넘기는 방식은 결국 보험 제도 전체에 대한 신뢰를 훼손할 가능성이 큽니다. 업계가 이 방식에 신중한 이유입니다.
 
사진챗GPT
[사진=챗GPT]
4년 연속 인하의 대가…자동차보험도 적자 고착화
자동차보험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자동차보험료는 4년 연속 인하됐습니다. 그러나 그 사이 정비수가와 차량 수리비, 사고 1건당 지급보험금은 꾸준히 상승해 왔습니다. 대형 4개사 기준 올해 1~11월 누적 손해율은 86.2%로, 전년 동기 대비 3.8%포인트 악화됐습니다. 4년 연속 보험료 인하 효과가 누적되고 사고 건당 손해액이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 대형 보험사들조차 자동차보험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가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은 상징적입니다. 규모의 경제로 버텨온 대형사조차 더 이상 현 구조를 감내하기 어렵다는 신호로 해석됩니다.

보험료 인상은 분명 소비자에게 부담입니다. 그렇다고 손실을 방치한 채 요율을 억제하는 것도 지속 가능한 해법은 아닙니다. 보험은 위험을 나누는 제도입니다. 구조가 무너진 상태에서 가격을 인위적으로 눌러두면, 그 부담은 다른 방식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보장 축소나 상품 철수, 혹은 더 급격한 보험료 인상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보험료를 조정할 수밖에 없는 배경은 여기에 있습니다. 이는 보험사의 탐욕이라기보다, 이미 한계에 다다른 구조를 더 이상 외면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가깝습니다. 중요한 것은 인상 여부 그 자체가 아니라, 실손과 자동차보험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입니다. 비급여 진료 관리 강화, 본인부담률 조정, 과다 이용에 대한 실질적 견제 등 근본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보험료 인상은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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