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원칙·상식] 대전·충남 통합, 일회성 아닌 행정구역 재편의 출발점 돼야

이재명 대통령이 국가균형발전과 행정체계 개편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대전시와 충남도의 행정 통합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수도권 과밀 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과제를 놓고 볼 때 대전·충남 통합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평가가 커지고 있다. 행정 효율을 높이고 주민 서비스를 개선하는 측면에서도 통합 논의의 취지는 분명하다. 다만 이번 시도가 단발성 논의에 그쳐서는 안 된다.

대전·충남 통합은 하나의 지역 현안을 넘어 대한민국 행정체계를 재설계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이 논의가 광주·전남, 대구·경북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조선왕조 이후 600년 넘게 유지돼 온 중앙정부–광역 시·도–기초 시·군·구 체계를 재편하는 계기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행정구역 개편은 특정 지역만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가 구조 전반의 문제다.

이미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광역·기초자치단체 243곳을 60여 개 광역 단위로 재편하는 방안이 제시된 바 있다. 그러나 정치적 부담과 이해관계 충돌로 논의는 진척되지 못했다. 그 사이 행정구역은 그대로였지만 경제 구조와 산업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지금의 행정 단위는 더 이상 성장의 기반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세계 주요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규모의 경제는 선택이 아니라 전제에 가깝다. 국가 경쟁력이 곧 도시 경쟁력이라는 말이 반복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구와 산업, 행정 역량이 일정 규모에 이르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설 자리를 찾기 어렵다. 분절된 행정구조는 정책 효율을 떨어뜨리고 자원 배분의 비효율을 키운다.

중국과 베트남이 행정구역 개편에 나선 배경도 다르지 않다. 대도시 중심의 권역을 만들고 행정과 산업을 결합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선택이었다. 한국만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을 이유는 없다. 통합을 미루는 사이 수도권 집중은 심화됐고, 비수도권은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행정 통합이 성공하려면 정치권과 공직사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통합 과정에서는 선거구, 직위, 조직 개편이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기존 이해관계를 이유로 제동이 걸린다면 통합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 명분 없는 반대는 주민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정치권과 공직사회가 먼저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야 주민 동의를 얻을 수 있고 통합의 정당성도 확보된다. 중앙정부의 의지와 국회의 입법, 지방정부의 실행이 맞물린다면 내년 6월 지방선거 이전 통합 논의의 가시적 진전도 기대해볼 수 있다.

대전·충남 통합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행정구역 개편 논의는 다시 수년간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국가균형발전은 선언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구조를 바꾸는 결단이 필요하다.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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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주경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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