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더 DNA 찾아라] '0% 후계자'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계열사 지분 첫 매입…책임경영 가속화

  • 인더스트리·글로벌 주요 계열사 주식 사들여

  • "경영 능력 인정받아야 승계"...지주사 지분은 없어

  • 그룹 리밸런싱 지속, 성과는 미미

  • 계열사 정상화가 회장 승진 열쇠로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 사진코오롱
이규호 코오롱 전략부문 부회장. [사진=코오롱]

이웅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 전략부문 부회장이 그룹 주력 계열사 주식을 처음으로 매입하며 책임 경영과 경영 승계를 위한 초석을 닦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코오롱인더스트리 주식 2441주(0.01%)를 주당 4만975원에 장내 매수했다. 같은 날 코오롱글로벌 주식 1만518주도 주당 9508원에 매입했다.

코오롱 관계자는 "그룹 리밸런싱(자산 재조정)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책임 경영 차원에서 계열사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유력 후계자임에도 그동안 그룹 지주사인 ㈜코오롱 지분을 일절 보유하지 않아 재계 안팎에서 '0% 후계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이 부회장 부친인 이웅열 명예회장은 올해 9월 기준 49.74% 지분을 쥐고 있는 코오롱 최대주주다.

2018년 이웅열 명예회장은 그룹 경영에서 손을 떼면서 승계와 관련해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자식에게도) 주식을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이 후계자로 낙점받으려면 그룹을 이끌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은 2023년 말 신설한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대표에 취임한 뒤 지난해 초 ㈜코오롱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직에 올랐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글로벌 등 주력 계열사 사내이사도 겸직 중이다.

이 부회장은 그룹 전반에 걸친 영향력을 토대로 신성장 전략을 수립하고 계열사 대표 인사를 승인하는 등 2년 전부터 코오롱그룹 리밸런싱을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다.

이 부회장 취임 후 코오롱그룹은 첨단복합소재 전문회사인 코오롱스페이스웍스 출범을 시작으로 주력 계열사 통합과 비주력 사업 정리를 지속해서 추진 중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업구조 개편,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완전 자회사 전환, 코오롱글로벌과 MOD·LSI 합병,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ENP 합병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만 리밸런싱 성과가 아직 가시화하지 않고 있는 건 이 부회장에게는 부담이다. 코오롱그룹은 2022년 매출·영업이익 최대치를 찍은 후 줄곧 내리막이다. 지난해 ㈜코오롱 연결 매출은 5조7693억원, 영업이익은 227억원으로 2022년과 비교해 영업이익이 10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올 상반기 연결 매출 2조4900억원, 영업이익 7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22%가량 감소했다. 신소재 매출 악화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타격이 컸다. 코오롱글로벌과 코오롱모빌리티그룹 등도 반등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지분 상속과 경영 승계의 종착지로 여겨지는 이 부회장의 그룹 회장 승진을 어렵게 하는 요소다. 실제 코오롱그룹은 지난 10월 사장단·임원 인사를 통해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만 교체하고 ㈜코오롱 양대 부회장 체제는 그대로 유지했다.

부친인 이웅렬 명예회장이 40세 젊은 나이로 회장에 취임한 것이나 1984년생인 이 부회장과 비슷한 연령대 오너들이 경영 승계를 마무리하는 단계인 것과 대조적이다. 일례로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은 최근 조선업 호황과 그룹사 재편 성과를 토대로 회장에 오르며 확고한 1인 체제를 구축했고,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글로벌 방산 수출 확대와 마스가(MASGA) 프로젝트 성과를 바탕으로 회장 승진을 목전에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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