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m에 달하는 장검과 고운 복숭아 잔.
서로 다른 결을 지닌 이순신의 유품은 강인함과 동시에 여린 감성을 품고 있던 이순신의 얼굴을 보여준다. 장검은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결연한 영웅의 얼굴을 보여준다면 복숭아 잔은 비를 '꽃비'라 부르던 섬세한 감성을 지닌 인간 이순신의 얼굴을 드러낸다.
충무공 이순신 탄신 480주년과 광복 80주년을 맞아 유물을 통해 이순신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선보이는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에는 258건, 369점에 달하는 유물이 출품됐다.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이순신 종가 유물 20건, 34점은 어렵게 서울 나들이에 나섰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지난 27일 열린 언론 공개회에서 ‘우리들의 이순신’을 다큐멘터리에 비유했다. 그는 “이번 전시는 영화나 소설과 달리 이순신 장군의 모든 것을 유물로 이야기한다”며 “다큐멘터리로, 유물로 또 진실로 총체적으로 이해하면서 이순신 장군의 정신을 기리는 게 이번 전시의 취지”라고 말했다.
많은 유물들은 이순신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2m에 달하는 장검의 칼날에는 '석 자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두려워 떨고,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이도다'란 시구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이순신이 직접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1591년 전라좌수사에 임명돼 거북선을 만드는 등 전란에 대비했던 치밀함과 전장을 누빈 장수의 용맹함이 칼에 응축돼 있다.
얇은 구리판에 도금해 만든 복숭아 모양의 잔, 연꽃잎에 싸여 있는 3마리 해오라기가 조각된 옥장식, 1592년부터 1598년까지 7년간 꼬박꼬박 쓴 난중일기, 이순신이 보낸 편지를 묶은 서간첩 등은 이순신의 섬세함을 보여준다.
난중일기를 번역한 전시 콘텐츠에서 이순신의 성정을 엿볼 수 있다. 이순신은 달빛을 '하얀 비단'에 비유하고, 해질 녘 귀환을 '석양을 타고 돌아왔다'고 표현하는 등 서정적인 감성을 지녔다. 적 앞에서는 흔들리지 않는 냉철함을 보였지만 백성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군사를 엄히 다스렸고 전란 중 피란민들의 거처를 걱정하는 덕장이기도 했다. 도망친 군사나 백성을 괴롭힌 이들에겐 엄벌을 내렸지만 동지엔 병사들에게 팥죽을 권하고 한겨울엔 임금이 하사한 목면을 군졸들과 나누는 등 병사들의 노고를 살뜰히 위로했다.
1592년 7월 한산도 앞바다에서 일본군을 격파한 학인진 그림이 실린 책 연기신편, 현덕승에게 한산도로 진을 옮긴 이유를 설명한 편지도 있다. 이순신은 한산도로 진을 옮긴 다음 날 현덕승에게 편지를 보내 “호남은 국가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입니다. 만약 호남이 없어진다면 이는 국가가 없어지는 것입니다”라며 일본 수군 저지를 위한 의지를 불태우면서도, “어느 날에야 오랑캐를 다 쓸어 없애고 옛날 평상시에 함께 놀던 마음을 다 풀 수 있을까요”라고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또한 일본의 계략에 넘어간 선조의 명을 어기는 등 자신의 판단을 믿는 확신에 찬 지휘관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아들의 병세와 농사를 위한 비, 이슬처럼 위태로운 나라 형편 등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일들에 밤새 뒤척이며 괴로워하다가 척자점(문자로 치는 점)을 치고 좋은 궤에 안도하는 평범한 인간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옥에 갇힌 이순신을 구하기 위해 정탁이 쓴 상소의 초본, 이순신의 전공이 명나라에까지 알려져 명나라 조정에서 받았다고 전해지는 여덟 가지 의장물인 팔사품, 무기류인 천자총통과 지자총통 등 이순신 관련 모든 기록물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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