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뚫린 환율] 환율 1500원 코앞에...에너지 공기업 '비상'

  • 환율 상승→에너지 수입가격 부담 가중

  • 한국전력·가스공사 수익성 회복 먹구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에너지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에너지 공기업의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환율과 글로벌 에너지 가격 동반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크게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주간거래 종가 기준 연평균 환율은 1416.97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았던 1998년(1398.88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며,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1276.4원)보다도 높다.

이날 외환 당국이 시장 안정 의지를 재차 강조하면서 환율이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1450원대를 웃돌고 있다.

고환율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에너지 공기업에 치명적이다. 특히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는 액화천연가스(LNG)와 유연탄을 상당 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환율 상승이 곧바로 비용 압박으로 이어진다.

실제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한전과 가스공사가 감내해야 할 연간 환차손 규모는 각각 2000억원, 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1300원대 후반의 환율을 가정한 수치다. 한전은 ‘2025~2029년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에서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라 원·달러 환율을 1383원 수준으로 반영했지만 현재 환율과의 격차가 100원 가까이 벌어지면서 추가 환차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전으로서는 또다시 큰 악재를 만난 셈이다. 연료가격 안정, 요금 조정, 자구 노력 등의 영향으로 2023년 3분기부터 9개 분기 연속 연결기준 영업이익 흑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익 대부분이 부채 이자 상환에 쓰이면서 실질적인 재무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적자는 23조1000억원, 총부채는 205조원에 달한다. 하루 이자 비용만 120억원으로, 올해 부담한 이자만 3조3000억원에 이른다.

가스공사 역시 사정이 비슷하다. 올해 6월 말 기준 가스를 원가 이하로 공급하며 발생한 ‘민수용 미수금’이 14조원에 달한다. 부채도 40조원 수준으로 재무 부담이 상당하다.

그간 안정세를 보이던 글로벌 LNG 가격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도 부담 요인이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이날 오후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MMBtu당 4.49~4.52달러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본격화됐던 2022년 12월 28일(4.68달러) 이후 최고치다.

한전 관계자는 “환율과 에너지 가격 등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지속되는 고환율 등 대외 여건의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재정건전화 계획과 자구 노력을 차질 없이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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