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석희 칼럼] K-SPACE 쏘아올리는 대한민국

  • 누리호 4차 발사… 민간 우주시대의 본격 개막

임석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임석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발사체연구소 책임연구원]

 
27일 새벽 누리호로 명명된 한국형발사체가 4번째로 하늘길에 오른다. 2018년 시험발사를 시작으로, 2021년 1차 비행시험에서는 위성모사체를, 2022년 2차 발사에서는 성능검증위성과 위성모사체를, 그리고 2023년 3차 발사에서는 총 8기의 소형위성을 탑재하고 발사하여, 한 단계 한 단계 발사 이력을 누적해 왔다. 이번 4차 발사 역시 단순한 기술시연을 넘어, 민간 우주시대로 나아가는 우리나라의 우주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이정표가 된다.
 
특히 이번 발사에서 주목받는 점은 처음 시도하는 새벽 발사이다. 로켓의 발사 시각은 목표 궤도와 발사장 위치에 의해 하루 중 발사가 가능한 시간이 정해지는데, 통상 이를 발사 윈도(window)라고 표현한다. 이 중 우주충돌을 회피하는 최적의 발사시점을 정하고, 최종적으로는 발사 당일의 기상상황이나 선박과 항공편 등 비행안전 구역 확보를 고려해서 발사 가능여부가 정해진다. 위성이 성공적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궤도역학적 필요성이 발사 시각 결정의 가장 큰 요소이다. 이번 발사의 주 고객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는 위성이 항상 일정한 태양광 조건을 가지는 태양동기궤도에서 북극권 오로라와 자기장 관측임무를 수행한다. 이를 위해 위성에게 필요한 바로 그 시각에 바로 그 지점에 도달하기 위한 시각에 발사체가 발사대에서 이륙해야 한다. 이번 새벽 발사는 누리호가 고객 요구에 응대하는 발사서비스로 진화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구진에게 누리호 발사는 수백명의 동료와 관련 기업들이 10년 이상 쏟아 부은 땀과 노력에 대한 최종 검증 순간이다. 1차 발사의 부분적 성공과 이후 2, 3차의 완전한 성공을 통해 누리호는 이미 공학적으로 검증된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발사 성공 확률은 발사체가 주어진 임무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수치화한 것인데, 이는 로켓이 우주로 솟아 오르는 것을 넘어 탑재된 위성을 정확한 궤도에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한 채 안착시키는 것을 기준으로 한다. 누군가는 이번 발사의 성공 확률을 단순한 계산으로 3번 중의 2번 성공, 즉 67%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발사체의 성공 확률은 과거 발사의 통계만으로 하지 않고, 오히려 공학적 신뢰도와 경험 축적 관점에서 해석된다. 1차 발사의 부분적인 성공으로 설계상의 오류를 발견하고 개선하였고, 2차 발사로 최초의 임무 성공을 달성했으며, 3차 발사로 연속 성공을 달성했다. 이번 4차 발사에는 3차 발사 때와 동일한 비행인증을 마친 하드웨어가 투입된다. 따라서 67%라는 수치는 통계적이지만, 실제로 개발과 운용단계의 기술 안정성을 고려한다면, 이번 4차 발사의 성공확률은 이보다는 높게 평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내에 없던 부품과 시스템을 어떤 방법으로라도 만들어 내고, 만 개가 넘는 부품이 조화롭게 작동하며 시너지를 낼 때서야 비로소 하늘로 우주로 솟구치는 이륙 순간은 수많은 시뮬레이션으로 얻은 이론과 지상시험 결과가 실제로 옳았는지를 검증받는 순간이다. 성공적인 이륙과 궤도 진입은 연구자들의 설계와 계산을 입증하는 값진 결과이며, 단순한 기술적 성과를 넘어 안도감과 자부심을 선사한다. 이제 우리는 발사성공 확률을 논하는 단계를 넘어, 이 기술을 어떻게 지속가능한 우주경제의 핵심자산으로 만들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세계 우주시장 트렌드를 살펴보면, 반도체 혁명과 기술 혁신으로 2000년대에 들어서며 소형위성 개발이 가능해졌고, 저렴한 위성 개발 비용은 다수의 민간 개발자들을 우주시장으로 끌어들였다. 발사된 위성들의 수를 살펴보면, 2014년에는 1200㎏ 이하의 소형위성이 75%를 차지했고, 2021년에는 600㎏ 이하의 소형위성이 총 발사된 위성 수의 94%에 해당하며, 2022년과 2023년에는 이 수치가 97%에 이르게 되었다. 소형위성이 당당히 우주시장의 주요 고객이 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주산업시장이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발사 공급자 역시 위성 개발자만큼이나 다양해져야 한다. 대한민국의 경쟁력 있는 발사 서비스 시장에는 누리호나 향후 개발될 차세대발사체뿐 아니라, 급증하는 소형위성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소형위성 전용발사체가 요구된다.
 
누리호는 지난 세 번의 발사로 기술개발과 성능검증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이제 4차 발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운용단계에 진입한다. 누리호 체계종합기업은 반복 발사를 통해 운영 노하우와 축적된 기술 역량을 더욱 발전시키게 된다. 누리호의 제작, 조립, 발사 전 과정을 순차적으로 민간이 맡게 됨에 따라, 이 과정에서 민간 주도의 비용절감 및 효율 향상이 기대된다. 이는 대한민국 우주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발판이 되며, 이런 노력은 누리호가 세계 발사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필수 기반을 제공하게 된다. 더 나아가 전 세계 발사 시장의 핵심 경쟁 요소로 떠오르는 재사용 발사체 기술, 이를 적용하는 차세대발사체 개발에서는 발사 비용의 획기적인 절감을 기대하며, 이는 우주 경제의 지속 가능성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시에 국내 스타트업들이 개발 중인 소형발사체의 경우, 이미 일부가 비행시험을 앞두고 있는 바, 이들에게도 앵커링 수요로 일정 수의 초소형위성을 제공하여 실제 비행이력을 확보하고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200㎏급 이하의 공공위성을 우리나라의 소형위성 전용발사체로 발사하게 된다면, 우리나라의 발사서비스 구매조달 체계가 빠르게 구축되고 국내 우주수송산업 생태계가 활성화 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발사 서비스 활성화 정책 결정과 이에 부응하는 민간의 발사 성과는 민간 우주 투자 심리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민간 투자는 뉴스페이스 시대의 기술혁신을 가속화하는 핵심 요소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민간 투자로 우주 기술이 개발되고, 이 기술은 다시 민간 투자를 불러오는 선순환적 연결고리가 생성될 시기이다. 또한 민간 전용발사장 구축은 1단계인 토목, 전기, 통신 등의 인프라 공사가 마무리 되었으며 2단계인 발사체, 위성 및 탑재체 조립시설이 구축되면, 국내 상업 우주수송의 문이 활짝 열릴 것이다. 이로써 대한민국은 급변하는 우주시장 수요에 맞춰 다양한 크기의 수송능력을 확보하는 발사체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이루게 된다.
 
우리 세계 밖에 대한 인류의 호기심과 나와 내 주변에 대한 관심은 각각 우주탐사와 지구관측으로 나타나며, 점차 많은 아이디어가 기술로 실현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위치와 시간 정보를 활용한 PNT(Positioning, Navigation and Time)기술이 점차 발전하며, AI 기술과 융합하여 우주자산을 활용하거나 우주기술과 우리의 일상을 연결하는 새로운 가치 창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위성과 로켓을 만들고, 발사하며, 위성에서 받은 정보를 1차 활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PNT와 연계하여 모든 산업분야에서 우주기술을 사용하는 시대가 열리는 중이다. 바야흐로 누구라도 우주개발과 연결되는, 우주가 심리적으로 보다 가까워지는 시대다. 우주산업생태계에서 이를 가능하게 하는 첫 단추가 우주수송이다. 즉 자동차, 선박, 항공기처럼 우주수송산업은 모든 우주개발 활동의 기반이다.

이번 누리호 4차 발사는 대한민국의 우주수송 능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역사적 순간이며, 미래 세대에게 무한한 기회가 열린 우주경제를 열어주는 시발점이다. 앞으로의 우주시장은 고객이 원하는 날짜와 궤도에 정확히 맞춰 발사하게 될 것이다. 소형발사체, 누리호, 차세대발사체를 준비하는 다양한 기업들이 즐비하게 경쟁하여 고객에게 보다 우수한 서비스와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경쟁력을 갖춘 시장,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건강한 우주생태계의 미래 모습이다. 누리호 발사 이후로도 필자와 동료들은 지금까지의 경험과 노하우가 대한민국 우주산업에 잘 이식되도록 하고, 선순환 구조의 우주생태계를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다. 대한민국, 우주강국으로의 도약은 이제 시작이다.

임석희 필자 주요 이력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 열유체전공 박사 ▷모스크바 항공대학교 연구연가 ▷켈디시 연구소 파견 연구원 ▷2013 나로호 개발 유공자 대통령 표창 ▷2022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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