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아닌 '금융투자'… 증시 주도 세력 바뀌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기관이 사실상 '증시 안전판' 역할을 하고 있다. 외국인과 개인이 모두 순매도로 돌아선 올해 시장에서 기관의 지속적인 매수세가 지수를 지탱했다는 분석이다. 그중 특히 상장지수펀드(ETF) 자금으로 읽히는 금융투자의 자금 유입 역할이 컸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외국인은 5조8639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은 13조1890억원어치를 팔아 매도 우위를 보였다. 주가 상승에 개인은 차익 실현에 나선 모습이다. 외국인 역시 대형주 중심의 차익 실현, 원화 약세로 인한 환차손 위험 회피 등으로 올해 누적 순매도를 기록했다.

반면 기관은 같은 기간 8조6150억원을 순매수하며 유일하게 자금을 넣은 주체로 나타났다. 기관 가운데에서도 금융투자의 순매수가 두드러진다. 금융투자는 올해 19조997억원을 순매수해 기관 전체 매수 규모를 크게 웃돌았다. 연기금은 월별로 순매수·순매도가 엇갈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금융투자는 지난 1월을 제외하고 매월 순매수를 기록했다.

코스피가 4200포인트에 도달하기까지의 단기 랠리는 외국인의 대규모 매수가 이끌었다. 그러나 연간 누적으로 보면 외국인의 순매수는 일시적이었고, 지수 상승을 안정적으로 떠받친 흐름은 기관 자금이었다. 특히 외국인이 매수세를 거두면서 주가가 흔들렸던 이달에도 금융투자는 꾸준히 순매수를 이어갔다.

금융투자는 증권사의 매매 계정을 뜻한다. 증권사가 자기자본을 이용해 투자하는 프랍(prop) 트레이딩이 여기에 해당한다. 프랍 트레이딩은 차익거래·헤지 등 단기 중립 전략이 중심이어서 매수와 매도가 거의 동시에 이뤄진다. 이 때문에 연간으로 보면 산 만큼 다시 팔고, 판 만큼 다시 사는 구조가 반복돼 순매수 규모는 사실상 '0'에 가깝다.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조성(MM)과 유동성공급(LP) 거래 대부분도 이 계정을 통해 이뤄진다. ETF로 자금이 유입되면 기초지수를 따라 실제 주식을 매수해야 하는데, 이 모든 과정이 증권사 MM 계정에 반영된다. 결국 올해 금융투자의 순매수가 지속 유입된 것은 ETF로 꾸준히 자금이 들어오면서 금융투자 순매수가 크게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금융투자 자금 유입이 이어지는 한 지수의 하방 압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외국인의 매도 전환이 단기 변동성을 키울 수는 있지만, ETF 중심의 금융투자 매수세가 이를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ETF 자금은 패시브(지수 추종) 성격이 강해 매수·매도 흐름이 급격하게 바뀌지 않는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시를 움직이는 수요 측면에서는 외국인보다 금융투자·ETF 자금의 영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런 구조에서는 주가 상승세가 주춤할 수 있어도 심각한 조정 우려는 낮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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