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중일 갈등 격화에 긴장하는 日경제계…외교 시험대 오른 다카이치 정권

  • 중일 갈등, 경제 현장으로 확산

  • 일본, 교류 위축 우려 속 타협점 모색

  • 22~23일 남아공 G20 정상회의서 중국측과 회담 모색

지난달 3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교도통신연합뉴스
지난달 3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교도통신·연합뉴스]



중·일 갈등이 심상치 않은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일본 내에서는 양국 간 경제 교류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개선 분위기가 형성되던 중·일 관계가 최근 대립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일본은 실물 경제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가운데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이 갈등을 봉합할 타협점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집단적 자위권 행사’ 가능 발언과 쉐젠 주오사카 중국 총영사의 과격한 발언 이후, 양국 간 외교 갈등은 경제 교역 분야로 번지고 있다. 지난 15일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하자 중국 국영 항공사 대다수가 일본행 항공권 무료 취소 조치를 발표했다.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중국남방항공, 중국동방항공 등 주요 항공사는 항공권 변경과 취소를 무료로 시행한다고 일제히 공지했다. 쓰촨항공과 하이난항공 등도 같은 조치를 발표했다. 적용 대상은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일본과 중국 간 직항 노선이며, 대응 기간은 15일부터 올해 12월 31일까지이다.

일본 경제계도 긴장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6일 보도에서 일부 일본 기업의 중국 법인 간부가 “이번 사태 이후 현지 정부 계열 기업과의 사업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다”고 전했으며, 다른 기업 관계자는 중국 SNS에서의 제품 홍보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일본 주요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JAL)은 “15일 현재 예약 취소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중국 노선 특화 저비용항공사(LCC) 스프링재팬도 닛케이에 “예약 상황에 큰 변화는 없다”고 설명했다. 호텔이나 백화점 등에서도 아직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일부 업계에서는 향후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국인 숙박객 중 약 30%를 중국인이 차지하는 한 대형 호텔 관계자는 “단체 예약 취소가 다음 주 이후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다카시마야 백화점의 경우 2025년 2월기 면세 매출에서 중국인 비중이 58%에 달해 담당자는 “매출에 일정한 영향이 있을 수 있어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2024년 중국인 여행객의 소비액은 1조7265억엔(약 16조2620억원)으로 전년 대비 2.3배 증가했다. 전체 외국인 소비 중 중국인 비중은 21.2%로 가장 높다. 2025년 1~9월 기준 중국인 방일객 수는 이미 748만 명을 기록해 작년 연간 수치를 넘어섰다.

중·일 관계 악화가 관광업에 악영향을 준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10년 해상보안청 순시선과 중국 어선 충돌 사건 이후 중국 정부는 방일 여행 자제를 요청했고, 이듬해 중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26% 감소했다. 2012년 센카쿠열도 국유화 당시에는 중국 내 대규모 반일 시위로 인해 일본행 단체 예약 취소가 급증해 중국인 방문객 수가 전년 대비 40% 이상 줄었다. 여행업 전문가 야지마 도시로 니혼대학 교수는 닛케이에 “관광은 국가 간 외교적 갈등이 발생할 때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분야”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15일 중국의 일본 방문 자제 권고에 우려를 표하며 “중·일 양국 외무성 국장급이 이미 논의를 진행 중이며, 적절한 대응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중국이 활용할 수 있는 압박 수단은 다양하다.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 방류 이후 재개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다시 지연시키거나 제한할 수 있으며, 희토류 수출 금지나 통관 지연 등으로 경제적 타격을 줄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중·일 갈등이 경제 분야로 확산되는 가운데 다카이치 정권의 외교적 대응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의 집단적 자위권 관련 발언은 수위가 높았지만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꾸준히 논의되어 온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이를 철회하면 스스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 여지를 좁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게다가 다카이치 총리는 보수층과 젊은 세대의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어 외압으로 발언을 철회하는 것은 정치적으로도 쉽지 않다.

반면 중국이 일본에 대한 압박을 약화할 경우 자국 내 여론의 반발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도 변수다.

다만 중·일 정상 간 직접 대면의 여지가 남아있다. 리창 중국 총리는 오는 22~23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며 다카이치 총리도 참석할 전망이다. 양국 정상의 첫 직접 대화가 이뤄질 경우, 갈등 해법을 모색할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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