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상병 순직 사건 외압·은폐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구속 여부를 가를 법원 심사가 2시간 20분 만에 마무리됐다. 결과는 이르면 23일 밤늦게 나올 전망이다.
이날 오전 10시 10분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낮 12시 30분께 종료됐다. 이 전 장관은 심문을 마친 뒤 ‘이첩 보류 지시가 적법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법정에서 충분히 설명드렸다”고 답했다. 앞서 출석길에서는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은 지난 20일 이 전 장관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6개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는 2023년 7월 채상병 순직 당시 국방 업무를 총괄하며 해병대 수사단이 작성한 초동 조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하지 못하도록 지시하고, 이후 국방부가 사건 기록을 회수하도록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초동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격노’한 것으로 알려진 7월 31일부터 국방부가 사건 기록을 회수한 8월 2일 사이, 이 전 장관이 이첩 보류와 회수 지시를 내리며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의 보직 해임과 항명 수사, 국방부 조사본부로의 사건 이관 과정 전반에 이 전 장관이 관여했다고 판단한다.
이날 심문에서는 핵심 쟁점인 ‘이첩 보류 지시’의 적법성 여부를 두고 공방이 집중됐다. 특검은 이 전 장관이 권한을 남용해 수사단의 업무를 방해하고, 국방부검찰단이 의무 없는 회수 조치를 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또 범행의 중대성과 주요 피의자들의 진술 조율 정황 등을 근거로 증거인멸 우려를 강조했다. 특검팀은 약 1300쪽 분량의 의견서와 100여쪽의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제출하며 구속 필요성을 소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이 전 장관 측은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사건 이첩 보류와 기록 회수, 조사본부 이관 등은 모두 장관으로서의 정당한 지휘·감독권 범위 내 행위이며,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윤 전 대통령의 전화 통화 역시 “군 기강과 사기 유지 차원에서의 질책일 뿐, 특정인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지시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기존 변호인이 건강 악화로 사임해 방어권 행사가 충분하지 못했다”며 불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날 심문에는 고등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임성근 변호사가 새로 선임돼 참석했다.
이 전 장관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국방부검찰단장,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등 4명에 대한 영장심사도 이날 오후 잇따라 진행됐다. 이들은 경찰 이첩 지연, 사건 회수, 항명 수사 등 각 단계에서 외압 행사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법원이 이 전 장관의 혐의가 소명됐다고 판단해 영장을 발부할 경우, 특검 수사는 구명로비 의혹 등 윗선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기각될 경우 출범 3개월째인 특검팀이 구속·기소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과 함께 수사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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