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국정감사가 반환점을 돈 가운데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번 국감을 두고 "이상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행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고 개선점을 논의해야 할 입법부의 장이 정쟁 중심으로 흐르면서, 국감 본연의 '정책 검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23일 아주경제가 만난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번 국감의 모든 이슈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 집중되면서 정책 질의가 주목 받지 못한 것에 대해 "상당히 아쉽다"는 평가를 내놨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얼굴을 합성한 '조요토미 희대요시' 사진, 의원 개인들의 사적 분풀이 등으로 식량안보·지방 국립대 병원 인력·농업재해보험 개편 등 정작 주목 받아야 할 국가적 정책 이슈가 묻히면서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의 한 의원은 "기후변화에 따른 온대식물인 칡덩쿨은 산불 촉진제 역할을 하고, 토종식물의 생태계를 갉아먹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며 "국가적 대응이 필요할 때"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정책 질의들 비중이 많은데도 여야 간의 정쟁이 더 많은 집중을 받는다"며 "정책 질의에 대한 평가가 이뤄지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정책 질의가 뉴스가 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원인으로 지적된다. 교육위원회 소속 한 관계자는 "특정 상임위가 모든 이슈를 가져가니 우리 국감장에서는 기자들을 좀처럼 보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농해수위 소속 관계자도 "고성이 오가지 않을 뿐이지 질의 내용들이 굉장히 치열할 때도 많다"며 "쌀 생산, 콩, 라면 등 진짜 민생을 다룬 농해수위는 주목을 못 받고 있다"고 했다.
여당이 된 민주당의 속내도 복잡하다. 향후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일하는 정부'의 이미지를 다지는 작업이 필요한데 집권 1년 차 첫 국감이 정쟁으로만 흐르는 것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정부 집권 1~2년 차는 보통 3년 차에 성과를 내기 위해 길을 미리 닦아놓는 시기라 매우 중요하다"며 "이런 시기가 정쟁으로만 흘러가는 게 상당히 걱정스럽다"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의원도 "특별히 문제 있는 사안도 아닌데 자꾸 정쟁거리로 소비된 시간이 많아 아쉽다"며 "정권 교체 후 첫 국감인데 내실 있는 정책 국감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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