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샤힌 프로젝트 진척도 85%"...中 석화 제품보다 경쟁력 우수

  • 상업가동 거쳐 내년 말 본격 가동

  • 원유→에틸렌 직접 생산...나프타 정제 최대 70%

  • "가장 효율 뛰어난 설비...감축 필요성에 의문"

S-OIL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 사진 왼쪽 원유를 정제해서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TC2C 높이 118미터의 에틸렌 프로필렌분리타워 연간 18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스팀크래커 등이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 사진에쓰오일
S-OIL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 (사진 왼쪽) 원유를 정제해서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는 TC2C, 높이 118미터의 에틸렌 프로필렌분리타워, 연간 18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스팀크래커 등이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 [사진=에쓰오일]


가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국내 최대 석유화학 플랜트인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현장에선 마무리 공사를 위해 인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우디 아람코·에쓰오일이 9조3000억원을 투자해 2023년 1월 시작한 공사는 지난 15일 기준 85.2%의 진척도를 보였다. 현장 관계자들은 내년 6월 기계적 완공을 거쳐 하반기 중 차질 없이 상업가동을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21일 석화 업계에 따르면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 온산공장 바로 옆 12만5000평 부지에 원유에서 에틸렌 기초유분을 바로 정제할 수 있는 TC2C(Thermal Crude to Chemical)와 스팀 크래커 설비를 구축하고, 이를 5.4km 파이프 라인을 통해 바닷가 12만2000평 부지에 조성 중인 폴리머 공장으로 이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국내 최대 규모 석화 공장 구축 사업이다.

설비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DL E&C, 롯데건설이 컨소시엄 형태로 구축하고 있다. 이현영 현대건설 샤힌 프로젝트 현장실장은 "샤힌 프로젝트는 현대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 중인 2조원대 석화단지 프로젝트를 넘어서는 역대 최대 규모 플랜트 구축 사업"이라며 "설비를 외부에서 만들면서 토목 공사를 같이 진행하는 동시다발적인 프로세스 구성을 통해 불과 1년 새 공정률을 50% 이상 진척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샤힌 프로젝트의 상업가동이 시작되면 연간 180만톤의 에틸렌을 필두로 프로필렌 77만톤, 부타디엔 20만톤, 벤젠 28만톤 등을 생산할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단일 석화 플랜트 중 최대 규모다. 때문에 국내 석화 업체들은 샤힌 프로젝트에 강한 경계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중국발 에틸렌 공급 과잉으로 인해 석화 업계가 공멸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커지면서 지난 8월 나프타분해설비(NCC)를 보유한 국내 10개 기업이 모여 국내 전체 에틸렌 생산량(1470만t)의 18~25%(270만~370만t)를 자율 감축하겠다는 협약을 맺었다. 구체적인 감축 계획을 올 연말까지 정부에 제출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부 주도 대신 민간 자율에 맡기다 보니 기업 간 입장이 달라 실제 진행 상황은 지지부진하다.

특히 샤힌 프로젝트로 인해 가장 최신 설비를 보유하게 된 에쓰오일이 자율 감축에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이날 업계 관계자는 "공장 가동률을 낮추는 감산과 달리 감축은 설비 폐쇄를 수반하는 만큼 단순히 NCC를 감축한다고 해서 국내 기업들의 사업 경쟁력이 향상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번 석화 구조 개편이 국내 산업 경쟁력 향상에 있다면 굳이 가장 효율이 가장 뛰어난 설비(샤힌 프로젝트)를 감축 대상에 포함시킬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샤힌 프로젝트는 원유→나프타→에틸렌 등 3단계 과정을 거쳐 기초 유분을 만드는 다른 업체와 달리 원유에서 바로 에틸렌을 정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 공정에서는 석화 원료가 되는 나프타·LPG 정제 비율이 20% 내외인 반면 샤힌 프로젝트는 최대 70%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단순 계산 만으로도 3배 이상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에쓰오일이 세계 최대 석유 메이저인 모회사 아람코로부터 원유를 공급받는 이점도 있다. 이를 토대로 중국산 저가 석화 제품과도 충분히 가격·품질 경쟁을 할 수 있다는 게 에쓰오일 측 분석이다.

샤힌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면 그동안 주로 에쓰오일에서 나프타를 공급받던 대한유화는 새로운 공급망을 확보해야 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되면 에쓰오일도 나프타가 많이 필요하게 된다"며 "이 경우 대한유화 쪽에 적정량을 공급하는 데 애로사항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에너지가 지속해서 에틸렌 생산량을 감축하고 있는 SK지오센트릭 대신 대한유화에 나프타를 공급하면서 대한유화가 SK지오센트릭의 NCC 일부를 인수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이 경우 울산 남구에 위치한 SK 울산CLX에서 울주군에 있는 대한유화 NCC까지 나프타를 효과적으로 운송할 방법을 찾는 게 과제다. 

샤힌 프로젝트로 인해 에틸렌과 함께 국내에 대량으로 풀리는 부타디엔에 대한 업계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부타디엔이 2027년부터 같은 울산 산단 내에 있는 금호석유화학으로 공급되며 회사 주력 사업인 합성고무 원가 경쟁력을 향상하는 데 보탬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에서 생산되는 기초유분을 울산 산단에 위치한 석화 업체들에 공급하기 위해 배관 공사를 병행하고 있다"며 "수출을 위해 외국 기업과 협력도 타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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