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S는 외형보다 신뢰를 쌓는 기업이 돼야 한다."
고(故) 구자홍 LS그룹 초대회장은 2003년 그룹 출범식 경영 선언문에서 이 같은 말을 남겼다. 이른바 '정도(正道)'를 걷겠다는 유훈은 그룹의 정체성이 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LS그룹이 다음 달 11일 창립 22주년을 맞는다. LG그룹에서 분리·독립한 이후 독자 노선을 걸으며 오늘날에 이르렀다.
LS는 전기·전력·에너지 종합 솔루션 기업을 표방하며 기간산업 기반 B2B그룹이라는 독특한 정체성을 확립했다. 2003년 출범 당시 7곳이던 그룹 계열사는 올해 6월 기준 70곳으로 늘었다. 그 사이 그룹 매출은 7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41조9030억원으로 약 6배, 시가총액은 8000억원에서 10조3083억원으로 13배가량 증가했다.
역설적이게도 LS의 이 같은 외형 성장은 정도를 내세우는 경영 철학에서 비롯됐다는 게 재계 평가다.
LS는 모태인 LG의 핵심 가치 '인화(人和)'를 계승하되 '정도경영'과 '상생협력(파트너십)'을 새 이념으로 확립했다. 다른 그룹에 비해서도 유독 '올바름'을 강조하는 이유는 첫 출발이 구인회 LG 창업주의 동생들인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씨의 '형제경영'이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형제경영은 2세대 들어 '사촌경영'으로 계승됐다. 이는 굳건한 상호 신뢰 없이는 불가능하다. LS가 표방하는 정도는 사실 오너가(家) 스스로의 다짐이었던 셈이다.
사업영역의 특수성도 영향을 줬다. 에너지 B2B(기업간거래)에 집중하면서 당장의 이익보다는 신뢰 기반 파트너십 전략을 펼쳐왔다. 덕분에 LS는 재계 15위까지 성장했다.
LS는 현재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더 높은 곳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성장통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구자은 회장의 '양손잡이 경영'과 신사업의 고른 성장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구 회장은 기존 전기·전력·소재 사업에 인공지능(AI)·빅데이터·사물인터넷(IoT) 등을 육성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노력을 하고 있다. 또한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배·전·반(배터리, 전기차, 반도체) 분야 구체화라는 숙제도 풀어야 한다.
3세대 경영 연착륙과 지배구조 강화도 미룰 수 없다. 창업 3형제의 장자 순환 경영 전통을 계승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호지분을 포함해서 약 32.1%에 불과한 지배구조도 강화해야 한다. 향후 수년 내에 리더십을 재정비해야 2030년 10대 그룹 도약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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