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로봇의 심장 '배터리'...채용시장 '메기'된 현대차에 인력 이탈 우려

  • 리튬이온 배터리셀 사양 개발, 배터리 제조 및 운영 인력 대거 공채

  • 배터리 3사에 비해 임직원 처우 좋아...배터리 사업부 적극 확장 의지에 인력 쏠림

아주경제DB
아주경제DB
현대자동차가 배터리 연구개발 부분 대규모 공개 채용을 시작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 종사자들의 '이직 러시'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 3사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둔화)으로 실적 부진이 장기화되고 반면 현대차는 2년 연속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배터리 업계는 성과급 및 채용 축소 등으로 암울한 분위기라 현대차로의 인력 가속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이달 1일부터 배터리 기술 및 원가기획 부문에서 대규모 공개채용을 실시한다. 현대차는 지난 4월 제조본부 산하에 배터리 내재화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그룹 최고 수준의 기술 인력을 배치한 바 있다. 이번 채용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셀의 사양 개발, 배터리 제조 및 운영에 대한 신기술 개발 인력을 대거 충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채용 배경에 대해 "배터리 사업의 리스크 관리와 셀 원가 경쟁력 강화, 기술 센싱을 통한 전략적인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조직"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배터리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배터리 인력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는 배경에는 전기차와 함께 미래 먹거리로 키우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양산을 대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많다. 전기차·로봇 원가의 40~5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인 배터리 내재화는 수익성 개선과 직결된다. 현대차그룹은 자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개발을 비롯해 배터리팩, 소프트웨어 등의 기술력은 확보했지만 배터리셀의 자체 생산능력은 1%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경쟁사인 비야디(BYD)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약 90%, 테슬라도 20% 수준의 자체 생산능력을 확보해 수익성 개선에 사활을 걸고 있다. 
 
차량, 로봇 소프트웨어에 최적화된 배터리를 설계할 수 있고,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면 원가 절감 효과가 극대화된 다는 것도 배터리 내재화의 장점이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배터리 부문에 2032년까지 9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7년 가동을 목표로 경기 안성에 배터리 R&D센터와 2GWh급 배터리 생산라인도 건설중이다. 아이오닉5 롱레인지 모델 기준 연간 2만75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배터리를 내재화하면 배터리 업체들과의 가격 협상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할 수 있고, 원재료 조달과 물류에 대한 통제력을 높여 공급망 이슈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면서 "특히 대미 관세로 원가 경쟁력이 중요해지는 무역 상황에서 앞으로 캐시카우가 될 전기차와 로봇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배터리 개발은 기업 생존에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아주경제DB
[이미지=아주경제DB]

배터리 업계에서는 채용시장 '메기'로 등장한 현대차그룹 행보에 불안에 떨고 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채용이 시작되면서 경력직 채용에 지원했다는 동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면서 "배터리 업계의 실적 개선 불확실성과 현대차의 적극적인 배터리 사업부 확대 의지가 맞물리면서 3~5년차 사이에서 이직 동요가 일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현대차 직원 처우는 배터리 업계 보다 좋은 편이다. 금융감독원에 전자공시시스템에 제출된 각 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2400만원으로 LG에너지솔루션(1억1800만원)보다 5.1% 높고, 삼성SDI(에너지부분·8900만원)보다 39.3% 높다. 배터리 3사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SK이노베이션(1억4600만원)만 현대차보다 높다. 
 
때문에 배터리 업체 인력 이탈도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SDI의 올 상반기 기준 정규직 직원 수는 1만3072명으로 지난해 말(1만2916명) 보다 156명 감소했다. SK이노베이션의 정규직 근로자 수도 6개월만에 58명이 줄었고, 같은기간 LG에너지솔루션도 4명이 회사를 그만뒀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뚜렷한 실적 개선이 없다면 인재 이탈이 계속될 것"이라며 "인력 유출이 장기화되면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에도 치명적"이라고 우려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2025 서울한강 어텀워크 - 기사뷰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