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헌적 보도지침을 둘러싼 미국 국방부(전쟁부)와 언론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국방부가 출입 기자들에게 '미승인 정보' 보도를 제한하는 내용의 서약서를 요구하자, 국방부 기자단이 이를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국방부 출입기자단인 펜타곤 언론인 협회는 13일(현지시간) 입장문을 통해 '미승인 정보'에 대한 보도를 제한할 것을 서약하라는 국방부의 요구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방부는 기자들에게 14일 오후 5시까지 서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24시간 이내에 출입증을 반납하고 청사를 비우라고 통보했다. 서약서에는 국방부가 명시적으로 허가하지 않은 정보는 취득하거나 보도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협회는 "대중의 정보 접근을 차단하려는 의도"라며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회원 대다수는 국방부 직원의 발언을 억압하고 사전 승인되지 않은 정보를 취득하려는 기자에게 보복할 수 있는 정책을 인정하느니 15일 출입증을 반납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자사와 함께 AP·로이터·CNN·뉴욕타임스(NYT)·월스트리트저널(WSJ)·NPR·더 애틀랜틱(The Atlantic)·가디언(The Guardian) 등이 서명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전 직장인 폭스뉴스는 아직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현재까지 국방부 지침에 서명한 언론사는 극우 성향의 '원 아메리카 뉴스'가 유일하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국방부의 보도지침이 헌법에 위배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한다고 비판했다. 맷 머리 WP 편집국장은 "이번 제안은 정보 취재와 보도를 부당하게 제한함으로써 제1수정헌법이 보장하는 보호 장치를 훼손한다"며 "앞으로도 국방부 정책과 미 정부 전반의 사안을 공정하고 적극적으로 보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처드 스티븐슨 NYT 워싱턴지국장은 "이 정책은 매년 거의 1조 달러(약 1430조원)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미군에 대한 기자들의 취재를 제약한다"며 "국민은 정부와 군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이번 언론 정책이 헤그세스 장관의 언론 통제 강화 움직임의 연장선이라고 분석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브리핑을 거의 하지 않고 주류 매체의 지정석을 박탈하며 취재진의 청사 내 이동을 제한하는 등 국방부 취재 활동을 지속적으로 위축시켜 왔다.
션 파넬 국방부 대변인은 "언론사들이 스스로 '골대를 옮기고 있다'"며 "이번 정책은 기자들이 내용에 동의하라는 것이 아니라, 정책을 이해했다는 사실만 확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WP는 협회가 이미 변호인을 선임했으며, 주요 언론사 법률 자문단도 서명 여부를 두고 심도 있는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이번 사안이 법적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협회는 "국방부 기자단의 보도는 단순히 대중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매일 미국을 지키는 군인들의 안녕과도 관련이 있다"며 서약 요구를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백악관과 국무부 출입기자 협회는 국방부 출입 기자단의 입장에 지지를 표하는 성명을 회장 명의로 냈다.
이에 헤그세스 장관은 각 언론사의 성명에 대해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손을 흔드는 이모지를 올리며 사실상 ‘작별 인사’를 암시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