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매체 일간 SPA에 따르면, 지름 615m·둘레 2km로 세계 최대의 목조 건축물 기네스북에 등재된 오사카·간사이 엑스포의 상징 ‘그랜드 링’이 결국 전체가 아닌 일부만 남게 됐다. 오사카시와 엑스포협회는 지난 9월 16일 북동쪽 약 200m 구간만 보존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그랜드 링’은 당초 △전체 보존안 △해체 후 부재 재활용안 △부분 보존안 등 세 가지 방안이 논의됐다. 하지만 유지비 부담과 기술적 한계를 이유로 ‘부분 보존’이라는 절충안이 선택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과제가 산적한 반쪽짜리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조경 전문가 마스다 노보루씨는 “다양한 문화를 하나의 링으로 잇는다는 설계 철학을 생각하면 전체 보존이 원칙”이라며 “1970년 오사카 만박의 ‘태양의 탑’처럼 상징성을 살리고 싶다면 전면 보존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남긴다면 시민이 실제로 ‘링 위에 올라갈 수 있는 체험’이 핵심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원 확보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현재 보존 재원은 ‘미정’ 상태로, 엑스포 잔여금·국비·오사카부·시 예산·기업 협력금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시민 부담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일부에서는 “과연 세금을 투입할 가치가 있나”는 회의적인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여기에 IR(통합형 리조트) 개발 계획이 논란을 더하고 있다. 보존 구역이 IR 건설 예정지와 일부 겹치면서 찬반 진영 간 정치적 대립도 격화됐다. 한 건설업자는 일간 SPA에 “엑스포 파빌리온 공사 대금도 아직 못 받은 상황인데 보존 예산을 논의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문화유산 보존이 IR 이권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면 보존을 요구하는 전문가 그룹은 새로운 대안도 제시했다. 정신과 의사 아즈마 도오루씨는 엑스포 부지를 의료·요양·재활·복지 기능이 결합된 ‘대규모 케어 캠퍼스’로 활용하자는 구상을 내놓으며 “병원과 요양시설이 한 공간에 있으면 효율적인 연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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