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3대 도시 시카고에서는 반정부 시위와 군대 파견으로 인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불법 체류자를 단속하는 이민단속국(ICE) 요원 지원을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텍사스 등에서 파병한 주방위군을 시카고 인근으로 보내면서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이 날 저녁 시카고 중심가인 미시간애비뉴를 중심으로 시위대 약 1000명이 반정부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미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 현장에서는 "단결한 시민은 결코 패배하지 않는다" 등의 구호가 나왔다. 영어 발음이 아이스인 ICE를 빗대 "나는 커피를 우리 나라만큼 좋아하지만, 아이스는 싫다"는 구호도 나왔다.
시위는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불법 이민자에 반대하는 1인 시위 참가자가 시위대와 논쟁하면서 갈등이 있었다. 하지만 시카고 경찰이 출동해 상황은 종료됐다고 NYT는 전했다.
ICE 요원을 지원하기 위한 주방위군을 보내라는 트럼프 대통령과 이를 거부하는 일리노이 주지사와 시카고 시장 간의 날선 공방도 계속됐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 계정에 "(브랜던 존슨) 시카고 시장은 ICE 직원들을 보호하는 데 실패했으므로 감옥에 가야 한다. 프리츠커(일리노이) 주지사도 마찬가지"라고 적었다.
반면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는 엑스(구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는 자신의 권력을 견제하는 선출직 대표를 구속하기를 촉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존슨 시장은 "나는 아무데도 가지 않는다"고 대꾸했다고 방송은 전했다.
NBC 방송은 "트럼프는 몇 주 동안 범죄의 전쟁과 이민 노력을 위해 시카고에 군대(주방위군)를 보내라며 몇 주 동안 협박해 왔고, 민주당은 (주방위군) 파견이 정치적 동기에 의한 것이고 권한 남용이라며 반대해 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1807년 제정된 반란진압법을 발동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NBC 방송은 백악관 논의에 정통한 5인을 인용해 백악관 내에서 이 법을 발동하는 것에 대해 진지한 논의가 있다고 전했다. 이 법안은 대통령이 반란 진압을 목적으로 국내 현역 군인을 동원할 수 있도록 제정된 법안이다. 33년 전인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때 조지 H.W. 부시 당시 대통령이 이 법안을 발동해 군대를 LA에 보낸 적이 있지만, 그때는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LA 시장의 동의가 있었다고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전했다.
한편, 9일 오전 시카고시 및 일리노이주 검찰총장이 법원에 출두한다. 텍사스에서 파병된 200명의 주방위군이 시카고 시내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법원의 판단을 받기 위해서라고 미국 CBS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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