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산운용사들이 상장지수펀드(ETF) 이름도 바꿔달면서 고객 확보에 나서고 있다. 복잡하거나 긴 종목명으로 투자자가 단번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ETF도 적지 않아 보다 직관적으로 개선하고 있다. 종목명이 곧 마케팅이기 때문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11개 ETF의 종목명을 변경했다. 'ACE 아시아TOP50S&P'는 'ACE 아시아TOP50', 'ACE 글로벌브랜드5OP10블룸버그'는 'ACE 글로벌브랜드TOP10' 등으로 변경했다.
지난달 11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Fn반도체TOP10'의 종목명을 'TIGER 반도체TOP10'으로 변경했다. Fn은 에프앤가이드가 산출하는 기초지수다. 지난 7월 신한자산운용은 'SOL KEDI메가테크액티브'를 'SOL 코리아메가테크액티브'로 바꿔 한국경제신문의 KEDI 지수명을 제외했다.
투자자들이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도록 종목명을 변경한 사례도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8월 KODEX 미디어&엔터테인먼트'를 'KODEX K콘텐츠'로 바꿨다. 'KODEX MSCI퀄리티'는 'KODEX 우량주', 'KODEX MSCI밸류'는 'KODEX 가치주'로 단순화했다.
종목명은 2017년 5월부터 통일됐다. 운용사 브랜드, 지역, 기초 지수, 레버리지·인버스 여부, 합성 및 환 헤지 여부 등 규칙이 만들어졌다. 종목명이 서로 다른 기준으로 정하게 되면서 중구난방이었던 탓에 투자자 이해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비슷한 명칭으로 투자자 혼란은 줄었지만, 일괄적으로 기준을 적용하다보니 ETF 이름도 길어지게 되고 직관성은 낮아지게 됐다. 온라인트레이딩시스템(HTS·MTS)에서도 전체 종목명이 보이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거래소는 2023년 9월 패시브 ETF의 종목명에서 지수산출기관의 이름을 제외할 수 있도록 개편했다. 비슷한 유형의 ETF가 지속 출시되면서 ETF의 명칭이 불필요하게 길어지고 투자자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서다.
ETF 명칭을 변경하려면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ETF는 법적으로 신탁계약을 통해 설정·운용돼 신탁계약 변경이 필요하다. 투자설명서를 다시 작성하고 거래소에 종목명 변경을 신청과 금융감독원에 접수도 해야 한다.
그럼에도 자산운용사들이 이 같은 변화를 주는 건 ETF 시장에서 종목명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우후죽순 상장됐던 메타버스 ETF들은 인기가 시들해지자 명칭을 변경하면서 투자자 관심을 이끌 수 있는 상품으로 바꿨다. 'TIGER 글로벌 메타버스액티브'는 'TIGER 글로벌AI플랫폼액티브', 'KODEX 차이나메타버스액티브'는 'KODEX 차이나AI테크' 등이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ETF 시장에서 인지도가 흥행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특히 종목명은 투자자에게 보여지는 첫 인상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상품이 나오고 이름이 복잡해지면서 점점 투자자들도 이해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상품에 대해 파악하기 쉽게 투자자 친화적 이름으로 단순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