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29일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핵심 인물들을 잇따라 불러 조사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건진법사' 전성배씨는 물론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된 공무원들까지 소환되면서 수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특검은 이날 정진기 언론문화재단 이사장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수사 범위를 넓혔다.
한학자 총재는 이날 오전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그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와 공모해 2022년 1월 권성동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지원을 요청하며 정치자금 1억원을 건넨 혐의로 지난 23일 구속됐다. 한 총재는 24일 첫 소환 조사에서 4시간 넘게 조사를 받은 뒤 건강 문제로 재출석 요구에 불응했으나 이날 두 번째 조사를 받았다.
권 의원도 오후 2시 호송차를 타고 특검에 출석했다. 권 의원은 통일교 측에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16일 구속된 뒤 두 차례 조사를 받았으나 추가 질의 거부 등으로 조사가 중단되기도 했다. 특검은 권 의원의 구속 만기(내달 초)를 고려해 추석 전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특검은 같은 날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 인물 이기훈 전 부회장(겸 웰바이오텍 회장)도 소환했다. 이 전 부회장은 지난해 5∼6월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 등과 함께 주가를 조작해 약 369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 됐으며, 이번에는 웰바이오텍 시세조종 정황에 대한 추가 조사가 이뤄졌다.
공천 청탁 의혹과 관련해서도 소환 조사가 이어졌다. 전성배씨가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 공천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날 오전 소환됐다. 박현국 봉화군수, 박창욱 경북도의원 측에서 공천을 부탁받았다는 정황이 수사 대상이다. 브로커로 지목된 사업가 김모씨도 같은 날 조사를 받았다. 전씨는 앞서 김 여사와 공모해 통일교 지원 청탁 대가로 고가 목걸이 등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돼 있다.
김 여사 모친 최은순씨의 가족 회사가 연루된 양평 공흥지구 개발 의혹과 관련해서는 양평군청 공무원 4명이 특검에 불려왔다. 이 가운데 3명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를 받는다. 특검 관계자는 "당시 개발부담금 부과의 적정성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특검은 이날 오전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의 배우자이자, 정진기 언론문화재단 이사장의 사무실과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특검 측은 "현재 참고인 신분"이라며 "압수수색 경위나 적용 혐의는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 소환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구체적 계획은 전혀 없다"며 "최소한 추석 전까지는 일정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특검은 "권 의원 등 구속 만기가 임박한 피의자들에 대해 연휴 전 기소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밖에 양평고속도로 대안 노선 도출 과정,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소환 여부, 자생바이오 90억원 비자금 의혹 등도 특검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다만 추석 전 영장 청구나 추가 구속 수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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