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포스코 HMM 인수, 포스코·해운업 모두가 피해 본다

  • 한종길 성결대학교 교수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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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길 성결대학교 교수 [사진=아주경제DB]
포스코는 창립 이래 한국 경제의 기간산업을 책임져온 대표적인 철강기업이다. 박태준 회장의 리더십 아래 철강이라는 한 길에 집중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해 왔다. 이러한 포스코가 최근 HMM 인수를 통해 해운업 진출을 추진한다는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의문을 던진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해운업 진출은 없다고 선언했던 포스코가 어떤 상황 변화가 있어 입장을 바꾼 것인가. 해운업계를 대표하는 한국해운협회 역시 포스코의 HMM 인수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필자는 세 가지 이유로 이 인수에 반대한다.

첫째, 핵심 역량에 집중하는 현대 경영의 기본에 반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핵심 역량에 집중해야 지속 가능한 경영 우위를 확보하고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하며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포스코의 핵심 역량은 일관 제철 기술, 고품질 철강 생산, 친환경 제철 기술, 철광석과 철강제품 판매를 위한 글로벌 공급망 관리다. 해운업은 철강기업의 핵심 역량이라고 할 수 없다. 

신일본제철, 아르셀로미탈, 바오산철강 등 글로벌 철강업체는 핵심 역량에 집중하면서 국내외 철강업체와 인수합병(M&A)을 통해 규모를 키웠다. 신일본제철의 미국 유에스스틸 인수합병이 대표적인 사례다. 글로벌 철강기업 중 해운 자회사를 보유한 곳은 없다. 포스코가 이 흐름을 거스르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둘째, 철강업과 해운업은 경기 변동에 민감한 산업이기 때문이다. 양 산업은 부분적으로 경기 사이클이 중복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반비례하는 경향도 있다. 글로벌 교역량 증가 시 철강 수요와 해운 수요가 함께 늘어날 수 있지만 철강 가격 상승은 조선업의 원가 부담으로 이어져 해운업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2025년 현재 조선업은 슈퍼사이클에 진입해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철강업은 관세 리스크와 중국산 저가 물량 유입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철강업과 해운업 모두 경기 민감산업이기 때문에 양 업종 모두 경기 하락 국면에 빠지면 커다란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셋째,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은 사실상 내부거래 확대에 불과하다. 포스코는 외부 해운사에 지불하는 연간 3조원의 운임을 근거로 자체 해운기업을 설립하면 비용 절감과 매출 증대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경제적 논리와 산업 구조를 간과했다.

포스코가 외부 해운사에 연간 3조원을 지불한다고 해서 그 금액이 곧 자체 해운기업의 매출로 전환된다고 보는 것은 회계적 착시다. 특히 해운사가 포스코의 자회사가 되면 물류비 절감은커녕 비효율적 운영으로 운임은 더 올라가게 된다. 포스코가 HMM을 인수하면 경쟁 철강기업의 물량을 취급하기 어려워지고 이는 HMM의 시장 확장성과 수익 다변화를 제한하게 돼 결과적으로 HMM은 전문 해운기업보다 비효율적인 구조를 갖게 될 것이다.

결국 포스코의 HMM 인수는 운송 효율화가 아니라 내부거래 확대와 리스크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수십 년간 쌓아온 철강 중심의 경쟁력과 신뢰를 흔들 수 있는 결정이다.

HMM 매각은 한국 해운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철광석 등 벌크화물 운송이 주력인 포스코가 컨테이너 운송 중심인 HMM과 어떤 시너지를 기대하는지, 지속 가능한 컨테이너 선사로 성장시킬 역량이 있는지 명확한 답변이 필요하다. 글로벌 톱10 컨테이너 선사는 해운전문기업 또는 국영선사라는 두 형태만 있다는 의미를 반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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