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중국 80주년 전승절 만찬 행사는 중국인의 세계 2차대전의 희생을 추모하는 자리였다.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만찬 행사에 외국인 정상은 참석하지 않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 보도에 따르면 이날 저녁 8시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正義必勝)'는 주제로 1시간 30분간 이어진 만찬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를 비롯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모두 참석해 2차 세계대전에서 살아남은 100세 내외 고령의 중국 참전용사를 환대하는 자리였다.
이들은 이날 아침 톈안먼 성루에서 시진핑 주석을 비롯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각국 정상들과 뜨겁게 악수했던 6명의 노병 주인공들이다.
총 18개 장으로 구성된 공연은 노래·춤·시·연극 등이 다양하게 어우러졌다. 레이자인·류하오란 등 중국 유명 영화배우 등이 함께 참여해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였다는 평가다.
공연은 중국이 지난 14년간 일본의 침략에 맞서 싸운 항일 전쟁의 고난의 시기와 승리를 중국 공산당 관점에 초점을 맞춰 그려냈다. 최근 중국이 제2차 세계대전을 미국·유럽 등 서방이 아닌 중국·러시아(구 소련) 중심의 전쟁으로 재해석하며 중국의 희생과 역할을 부각해 왔는데, 이러한 의도가 반영된 것이다.
특히 공연은 중국의 본격적인 항일전쟁이 1931년 선양 인근의 류탸오후(柳條湖) 사건으로 촉발된 만주사변(1931년)으로 시작돼 1945년 일본 패망까지 '14년 전쟁'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중국은 앞서 2016년 중국 항일전쟁 시작점을 기존의 1937년 발발한 루거우차오(盧溝橋) 사건이 아닌 1931년 류탸오후 사건으로 앞당겨 항일전쟁 시기를 7년이 아닌 14년으로 공식 수정하고 학교 교과서에도 이를 실었다.
시진핑 주석은 이날 만찬에서 "평화를 소중히 여기고 미래를 만들어가자”며 앞서 열병식 연설 메시지를 재차 반복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중동 지역에서 발발한 전쟁으로 국제 정세가 혼란한 가운데 중국이 평화를 수호한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평가다.
3일 오후 시진핑 주석은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도 평화 수호 메시지를 강조했다. 시 주석은 "중국과 인도네시아는 일방적인 괴롭힘에 반대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며, 국제적 공평과 정의를 수호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신화통신은 보도했다.
한편 전 세계 관심을 모았던 북·중·러 정상회담은 이날 열리지 않았다. 한 베이징 고위 소식통은 중국은 그간 몇몇 국가가 집단으로 무리 지어 제3국을 겨냥하는 행동에 반대해 왔는데, 겉으로 보이는 면에 있어서 셋끼리만 뭉치는 모습은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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