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집권 자민당이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할 조기 총재 선거 실시 여부를 오는 8일 결정한다. 당내 중진과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의 선택이 향후 정국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3일 요미우리신문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이시바 총리는 2일 의원 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적절한 시기에 책임을 판단하겠지만 우선은 국민이 원하는 것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총리직 유지 의사를 재확인했다.
일각에서는 7월 참의원 선거 패배 원인을 공유한 이날이 ‘명예로운 퇴진’의 마지막 기회라는 분석도 나왔지만 이시바 총리는 끝내 사임을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자민당 총재 선거관리위원회는 조기 총재 선거 실시 여부를 “8일에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조기 총재 선거를 원하는 의원은 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당 본부에 서명·날인한 서류를 제출해야 하며 광역지자체 지부는 같은 날 오후 3시까지 메일이나 우편으로 보내야 한다. 결과는 당일 발표되며 찬성 의원 명단도 공개된다.
총 342명(자민당 의원 295명·광역지자체 대표 47명) 중 과반인 172명 이상이 동의하면 조기 총재 선거가 열린다. 이시바 총리의 임기는 아직 2년가량 남아 있다.
요미우리 신문은 자체 조사 결과 의원 122명과 광역지자체 대표 9명 등 총 131명이 조기 총재 선거에 찬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NHK는 의원만을 기준으로 할 경우 약 100명이 조기 선거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요미우리는 “찬성 의원 중 90명은 중의원(하원) 의원이고 32명은 참의원(상원) 의원”이라면서 참의원 의원들의 움직임이 조기 총재 선거를 좌우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국의 최대 관건은 아소 다로 전 총리다. 마이니치신문은 아소 전 총리가 이날 자신의 파벌 모임에서 조기 총재 선거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자민당 내 유일한 파벌인 ‘아소파’를 이끄는 그는 이시바 총리가 퇴진 의사를 밝히지 않아 당이 분열 위기에 처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바 총리는 2009년 아소 정권에서 농림수산상을 지냈지만, 도쿄도 의회 선거 패배 이후 반(反) 아소 세력의 총리 퇴진 요구에 사실상 힘을 보탠 바 있다.
차기 총리 후보로 주목받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의 행보도 관심사다. 그는 각료 신분과 무관하게 조기 총재 선거 찬반 입장을 정하겠다고 공언해왔다. 1일 TV 프로그램에서는 고바야시 후미아키 환경성 부대신 등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취지로 발언하기도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메시지를 내는 힘이 강한 고이즈미 농림상의 동향은 총재 선거 논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시바 총리는 각료·부대신·정무관 등 장·차관급 인사가 조기 선거에 찬성할 경우 사임 여부와 관련해 “행동을 강제하지 않겠다”며 사퇴를 요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시바 총리는 최근 내각 지지율이 반등하고 여론에서도 퇴진 반대 의견이 우세하다는 점을 근거로 ‘버티기 전략’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이시바 총리는 이르면 이번 주에라도 미국의 관세 정책에 대응할 경제 대책 마련을 관계 부처에 지시하며 민생 챙기기에 나설 방침이다.
마이니치는 “의원 총회 이후 총리 주변에서는 ‘조금씩 연명하고 있는 느낌’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이시바 정권의 가시밭길이 이어질 것이라고 해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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