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입사하고 싶은 곳은 IBK기업은행과 신용보증기금입니다. 금융권과 공기업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높은 연봉과 더불어 워라밸, 복지 측면에서 따라올 만한 곳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20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5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 현장에서 만난 이모씨(26)는 이렇게 말했다.
인천 소재 한 대학교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그는 내년 2월 졸업을 앞두고 빅데이터 동아리 활동과 네이버 커넥트재단의 소프트웨어 무료 학습 플랫폼 수강을 병행하고 있다. 최근 현직자들에게 "문과 직무라도 애플리케이션(앱) 활용 능력과 데이터 이해·분석 역량을 중요하게 본다"는 조언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얼마 전 데이터 관련 전문 자격증도 취득했다. 그는 "예전에는 입사 후 취득하던 자격증이 이제는 금융권 취업 준비생들에게 기본 요건이 됐다"며 "채용문이 좁아지면서 구직자들이 갖춰야 할 스펙 수준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9번째 열린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는 역대 최다인 80개 금융사가 참여했다. 금융위원회는 현장을 찾은 청년 구직자가 약 3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처럼 박람회에 발길이 몰린 배경에는 금융권의 높은 보수가 자리하고 있다.
시중은행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 직원들이 올해 상반기에 받은 평균 급여는 635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삼성전자(6000만원), LG전자(5900만원) 등 국내 주요 대기업 보수를 웃도는 수준이다. 단순 환산 시 은행원 평균 연봉은 약 1억2700만원에 이른다.
이날 참가자들 관심은 단연 '현장면접'에 쏠렸다. 우수 면접자로 선발되면 향후 해당 은행 채용지원 시 서류전형 면제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 12개 은행이 부스를 마련해 현장 면접을 진행했다. 대기석에 앉은 구직자들은 마지막으로 자기소개서를 점검하거나 휴대전화로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반복해 외웠다.

부스 한쪽에서는 취업 컨설팅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현직 인사담당자가 직접 면접관 역할을 맡아 지원자 답변 방식과 태도를 교정해주기도 했다. 올해는 특히 실시간 화상면접·상담관 프로그램이 처음 도입돼 구직자들이 다양한 채용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됐다.
2년 전 미술대학 졸업 후 금융권 취업에 나선 김은정씨(27)는 "디자인과를 나왔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회계 분야에서 경력을 쌓고 금융권에도 도전하고 있다"며 "컨설팅을 통해 전공과 다른 직무를 선택한 이유 등 답변하기 까다로웠던 질문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웠고 이미지 관리에 대한 조언도 들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 블록체인 기술 등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 흐름에 따라 IT·데이터 직군도 인기가 높았다.
처음으로 박람회에 참가한 페이먼트 솔루션 핀테크사 '더즌' 인사담당자는 "7년 전에는 채용 공고를 올려도 이력서가 몇 장 들어오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수백 장이 몰린다"며 "오늘만 해도 두 시간 동안 약 30명이 부스를 다녀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핀테크 기업 특성상 개발자들이 많이 상담을 요청하는데, 최근 전통 은행권도 직무 부트캠프 형식으로 개발자 대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업권 전반적으로 관련 수요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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