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고속도로 붕괴사고, 하도급사 안전시설 제거가 원인..."발주처·시공사 관리 미흡 정황"

지난 2월 25일 발생한 안성 고속도로 교량 공사장 붕괴 현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25일 발생한 안성 고속도로 교량 공사장 붕괴 현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10명의 사상자를 낸 세종 안성 고속도로 건설공사 붕괴사고는 하도급사의 임의적인 전도방지시설(스크류잭) 제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 당시 시공사와 발주청의 시공 과정 및 임시시설 관리 미흡 정황도 확인됐다.
 
19일 국토교통부는 ‘세종 안성 고속도로 건설공사 붕괴사고’와 관련해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사고조사 결과와 재발 방지대책 등을 공개했다.
 
앞서 지난 2월 25일 해당 도로 공사 중 청용천교 구간에서 런처(거더를 운반하는 장치)가 상부거더를 설치 후, 후방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거더가 전도·붕괴해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조위는 이날 스크류잭의 임의 제거와 안전인증 기준 위반을 위반한 런처의 후방 이동으로 인한 편심하중 발생이 주요 사고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스크류잭은 가설 구조물 등 중량물을 나사 구조로 정밀 지지해 시설물의 높이 등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장비다. 당시 하도급사인 장헌산업은 시공사에 보고하지 않고, 설치한 전도방지용 스크류잭 120개 중 72개를 임의 제거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조위는 “붕괴 시나리오별 구조해석 결과, 런처 후방이동 등 동일 조건에서도 스크류잭만 제거되지 않았다면 거더는 붕괴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스크류잭 제거가 붕괴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밝혔다. 
 
스크류잭 개념도 사진국토교통부
스크류잭 개념도. [사진=국토교통부]

거더의 검측 주체인 시공사도 하도급사의 스크류잭 제거 사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도로공사 매뉴얼에 따르면 해당 임시시설은의 검측 주체는 시공사다. 오홍섭 사조위 위원장은 “주관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CCTV가 현장에 있었고, 영상을 통해 스크류잭이 제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시공사 역시 이 부분에 대한 관리가 부실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직접감독 주체인 발주청(한국도로공사)도 자체 매뉴얼을 통해 시공사에게 가설구조물에 대한 상시 검측을 맡기는 등 관리 미흡 정황이 나타났다.
 
하도급사는 사고 발생 런처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상 전방이동 작업에 대해서만 안전인증을 받았지만, 실제로는 후방 이동작업이 포함돼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안전관리계획서가 작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조위는 위법한 안전관리계획서가 작성됐음에도 시공사와 발주청이 안전관리계획을 그대로 수립·승인했다고 밝혔다.
 
시공 과정에서도 미흡한 부분이 확인됐다. 시공계획에 제시된 런처 운전자와 사고 당일 작업일지의 운전자가 서로 다르고, 일지 상 운전자는 작업 중 다른 크레인 조종을 위해 현장을 이탈하는 등 전반적인 현장 관리·감독이 부실했다고 사조위는 전했다.
 
사조위는 사고 이후 현장에 남아 있는 구조물에 대한 안전성 확인 결과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사조위 안전성 확인 결과에 따르면 △교각(P4) 기둥과 기초 접합부 손상 △교대(A1)의 콘크리트 압축강도(평균 29.6MPa)가 시방서 기준(85%) 다소 미달 △붕괴되지 않은 거더에서 기준치(55mm) 이상의 횡만곡 발생(60~80mm) 등의 현상이 나타났다.
 
사조위는 발주청 정밀조사를 근거로 각 구조물에 대한 보수 또는 재시공 여부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 재발 방지대책으로 제도적 측면에서 전도방지시설 해체 시기에 대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사조위는 지적했다. 발주청과 건설사업관리자의 관리·감독 의무 역시 현실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토부도 이번 사조위 제안을 바탕으로 전도방지시설은 가로보 타설·양생 이후 건설사업관리기술인의 승인을 거쳐 해체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교량공사 표준시방서’를 개정할 방침이다.
 
아울러 건설장비가 사용되는 특정공법은 발주청 기술자문 시 전문가가 참여토록 ‘참여기술자문위원회 운영규정’을 개정하고, ‘건설공사 안전관리계획서 작성 매뉴얼’도 개정한다. 관계기관과 협의해 교량용 가설 구조물에 대한 작업 유의사항 마련도 검토하기로 했다.
 
한편 국토부 특별점검단은 지난 4월 사고가 발생한 세종-안성 고속도로 건설공사(9공구)에 대해 국토안전관리원 및 민간전문가 등이 참여한 특별점검도 실시해 안전관리 미흡 4건 등 총 14건의 위반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사조위 조사결과 및 특별점검 결과를 관계부처, 지자체 등에 즉시 통보하고, 각 행정청도 소관 법령에 따라 벌점·과태료 부과, 영업정지 처분 등을 검토하는 등 엄중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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