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장)가 13일 서울대 우석경제관에서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한국금융학회·한국증권학회가 공동주최한 '스테이블코인과 금융시장의 미래: 규제, 안정성, 혁신' 심포지엄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아주경제DB]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수요가 전혀 없는 가운데 낮은 진입장벽으로 과잉경쟁이 벌어지면 '코인런' 리스크로 직결되는 만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자본금이 인터넷전문은행(250억원) 수준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준비자산이 불투명한 역외 스테이블코인 유통은 차단하고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와의 투트랙 운영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최재원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장)은 13일 서울대 우석경제관에서 서울대 금융경제연구원·한국금융학회·한국증권학회가 공동주최한 '스테이블코인과 금융시장의 미래: 규제, 안정성, 혁신' 심포지엄에서 "미국은 제도화를 통해 역외 스테이블코인을 끌어들이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한국은 정치·경제적 상황이 다른 만큼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미국과는 다른 접근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달러 독주' 시장으로 99.75%가 달러 기반이며, 0.25%만이 유로화 기반이다. 300조원 상당의 역외 달러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존재하는데 대부분 '카지노 칩'이나 불법 역외 송금으로 활용되고 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가운데선 테더(USDT)가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이미 발행된 원화 스테이블코인인 BKRW(바이낸스), TerraKRW(테라폼랩스) 등 모두 수요 부진으로 거래가 전무하다.
[사진=아주경제 DB]
최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은 블록체인 생태계 조성을 위한 필수 인프라이며 혁신 측면에서 도입해야 하지만 한국에 맞는 엄격한 규제안을 철저히 마련해 제도화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특히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큰 차이점은 수요의 부재로 꼽았다. 최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카지노 칩'으로나 '역외 송금'으로서도 수요가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수요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데 코인 시장은 네트워크 효과가 강한 시장으로 '승자독식' 구조로 수렴되며 과도한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 뻔한 상황"이라며 "과도한 이자, 리워드, 포인트 경쟁이 활발할 것이고 준비자산 운용상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니어스법안처럼 월말 감사를 할 경우 감사 직전에만 안전자산을 보유하고 감사가 끝나면 고위험 최단기물 위주의 자산 투자를 하는 등 규제 회피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낮은 자기자본금은 필연적으로 '코인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발의된 원화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의 자본금 기준의 경우 민병덕안(5억원), 강준현안(10억원), 김은혜안(50억원), 안도걸안(50억원) 등이다. 최 교수는 "낮은 자본금 요건은 런 리스크를 증폭시킨다"며 "자본비율 규제 적용이 필요하며 최소한 인터넷은행 자본 규모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터넷은행의 자본금은 250억원 수준이다.
시중자금이 은행예금 대신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에 대거 묶이면서 은행의 대출 여력이 감소하고 한은의 금리조정 효과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이에 스테이블코인의 발행량·채권보유량 정보는 한은에 실시간으로 공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민간 대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중앙은행 CBDC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을 국고채가 아니라 은행예금으로 정하자는 제안도 있지만 이는 런 리스크를 위험을 은행으로 떠넘기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주조차익(시뇨리지) 사유화'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의 주수입원은 주조차익이며 이는 곧 예대마진"이라면서 "법정화폐에서 나오는 독점적 이익을 한국은행, 시중은행에 이어 사기업인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가 나누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사기업인 스테이블코인 발행업체가 주조차익을 나눠가지면서 그야말로 땅짚고 헤엄치는 비지니스가 되는 건데 그들에게 어떤 공공성을 요구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입장도 펼쳤다. 최 교수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동시에 한은이 어카운트 베이스가 아닌 리테일 토큰 베이스의 CBDC를 발행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정부 기관에 대한 신뢰가 높기 때문에 CBDC 도입이 더 원활할 수 있다는 최근 연구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