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국방정책을 주도하는 핵심 인사가 대북 방어, 국방 지출과 관련해 한국의 역할을 기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달 중 한·미 정상회담 개최가 유력한 가운데 한국에 대한 국방비 대폭 인상과 주한미군 역할 조정 등 트럼프 행정부의 안보 청구서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뤄진 한·미 국방장관 통화에 대해 평가하는 취지로 당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한국은 북한에 맞선 강력한 방어에서 더 주도적 역할을 기꺼이 맡으려는 것과 국방 지출 면에서 계속 롤모델이 된다”고 적었다. 콜비 차관은 “한·미는 지역 안보 환경에 대응해 동맹을 현대화할 필요성에 대해 긴밀하게 연계하고 있다”며 “우리는 공동의 위협을 방어할 준비가 돼 있는 전략적으로 지속 가능한 동맹을 만들기 위해 한국과 계속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콜비 차관 발언은 이달 중 한·미 양국이 이달 중 정상회담 개최에 공감하고 일정과 세부 의제를 조율 중인 상황에서 국방비 증액, 대(對)중국 억제 등에서 한국에 대한 요구사항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대북 방어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에 대한 언급은 미국이 중국 견제에 집중하기 위해 한국이 재래식 대북 방어를 전담하고 국방비 지출을 늘리는 등 부담 공유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또 ‘국방 지출의 롤모델’이라는 언급은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대한 국방비 지출 목표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5%’를 제시한 것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등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들에도 나토와 동일한 국방비 지출 기준을 충족하도록 압박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국의 올해 국방예산은 GDP 대비 2.32%인 61조2469억원이다.
미국이 한국에 대해 방위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미 간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작권 전환은 노무현 정부(2003~20008년) 시절 한국의 안보 자율성 강화 차원에서 추진됐지만 북한의 군사 위협 등을 이유로 시기상조라는 평가를 받으며 오랜 기간 표류해 왔다.
아울러 동맹 현대화나 공동의 위협 방어를 언급한 대목에서는 한·미 동맹이 대북 억제를 넘어 중국 견제에도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입장을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콜비 차관은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어를 넘어서 인도·태평양 전역에서 유사시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며 강조해 왔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콜비 차관은 트럼프 1기 국방부 전략 및 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를 지냈다. 그는 트럼프 2기에서도 곧 공개될 예정인 미국의 새 국방전략(NDS) 수립을 주도하는 핵심 인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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