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47차 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서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별도 회동을 진행했다. 이번 만남은 베·미 양국의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재확인하고 향후 경제 협력의 구체적 방향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양국 관계의 현주소와 협력 과제를 함께 점검한 의미 있는 자리로 평가된다.
4일(현지 시각) VTV등 베트남 매체와 외신 등을 종합하면 지난달 28일 찐 총리는 또럼 베트남 공산당 총서기 및 고위 지도자들의 미국 방문 의사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초청을 흔쾌히 수락하며 일정을 조율해 방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두 정상은 평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구체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찐 총리는 베트남이 시장경제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재무장관과 통상대표에게 관련 검토를 즉시 진행하라고 지시했으며, 공정하고 평등한 방향으로 상호 무역협정을 조속히 체결하고 미국의 대(對)베트남 투자를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같은 날 응우옌 홍 지엔 베트남 산업무역부 장관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나 상호 무역협정 이행 방안을 논의했다. 지엔 장관은 이어 제이콥 헬버그 미국 국무부 차관과 만나 무역 관계, 인공지능(AI), 디지털 기술, 공급망 파트너십, 양자 MOU 체결 가능성을 협의했다.
◆ 46% 관세 위기서 협상 타결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미국과 베트남 간 새로운 무역 협정을 발표했다. 수정된 협정 내용에 따라 미국은 베트남산 제품에 2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고, 베트남은 미국산 제품에 대해 무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당초 46%로 예정됐던 고율 관세를 대폭 낮춘 결과다.
베트남의 지난해 대미 수출은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28.7%에 달한다. 이는 베트남이 미국 시장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만약 46%의 고율 관세가 유지됐다면 베트남 제품의 경쟁력을 완전히 떨어뜨릴 수 있고 인도, 멕시코, 방글라데시 등 다른 국가들과의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더 컸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베트남은 미국에 완전한 시장 접근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 제품이 베트남에 무관세로 판매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협력 합의’라 명명한 협정으로, 양국 간 시장 개방의 폭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미국은 중국 등 타국 제품이 베트남을 경유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이른바 ‘환적’ 사례에 대해 40%의 고율 관세를 유지하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피터 나바로 무역 고문은 베트남 수출품의 3분의 1이 중국산 환적품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상공회의소 하노이 지부의 아담 시트코프 전무는 “이번 협정으로 베트남은 좋은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며 “미국으로 수출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환적 관세가 실제로 얼마나 집행될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 관세 타격 불가피
이런 가운데 유엔개발계획(UNDP)은 지난 9월 보고서를 통해 미국 관세 협정으로 베트남의 대미 수출이 최대 250억 달러(약 34조8250억원) 감소할 수 있으며 이는 지난해 대미 수출액 1365억 달러의 약 19.2%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동남아 국가 평균(9.7%)의 두 배 수준이다. 태국은 12.7%, 말레이시아는 10.4%, 인도네시아는 6.4%의 수출 감소가 예상됐다. 필립 셸레켄스 UNDP 아시아태평양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동남아에서 베트남이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 관세로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약 5%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관세 충격은 수년간 점진적으로 반영될 것이며 수출 다변화와 내수 확대로 완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베트남의 대미 무역흑자는 1235억 달러로 중국과 멕시코에 이어 세 번째로 컸다. 베트남은 세계 6위 대미 수출국이며 나이키, 아디다스, 푸마 등 글로벌 브랜드의 주요 생산기지로 자리하고 있다.
한편 앞으로 미국과 베트남 간 경제 관계는 새롭게 체결된 협정의 이행 여부에 따라 구체적 성과가 갈릴 전망이다. 베트남 정부는 시장경제 지위 인정과 투자 확대를 통해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고자 하며 미국은 베트남을 새로운 제조 중심지로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양국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실질적 협력을 확대할 경우 미·베 관계는 단순한 무역 동맹을 넘어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한층 더 진전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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