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신임 당대표가 연일 국민의힘에 선을 긋고 있다. 당대표 취임 일성으로 "비상계엄에 대해 사과와 반성이 먼저 있지 않고서는 그들(국민의힘)과 악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데 이어 취임 후 첫 예방 자리에서 국민의힘을 제외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국민의힘 정당해산 심판에 "못 할 것도 없다"고 언급하면서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는 모습이다.
정 대표는 5일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했다. 이어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김재연 진보당 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를 차례로 만났지만,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이날 예방 일정에서 빠졌다. 통상 당대표로 취임하면 의석이 많은 정당부터 순차적으로 만나는 것이 관례인데,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예방 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가 취임 후 밝힌 일성이 그대로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국민의힘 원내관계자는 이날 페이스북에 "필리버스터 상황으로 인해 때 되면 오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금일 정 대표 일정을 보니 예방 요청이 오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다"며 "제1 야당과 악수도 않겠다던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고 썼다.
실제로 권향엽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정 대표의 야4당 예방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과 관련해서는 정 대표께서 계속 말했지만, 내란 과정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성찰이 현재까지 없어서 방문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개혁신당과 관련해서는 특검 수사와 관련이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정 대표 역시 이날 내내 국민의힘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였다. 그는 우 의장 예방 당시 A4용지를 읽으며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다 "검찰·언론·사법 개혁을 국회에서 완성하려면 국회의장님의 심판과 결단이 필요하다", "민주당이 추진하려는 법안에 대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잘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발언을 쏟아냈다.
심지어 "민주주의와 평화를 해치는 세력은 국회가 잘 정화해 나가는 것이 국민 삶과 대한민국 경제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며 국민의힘을 겨냥한 정당해산심판을 언급했다. 이를 지켜본 민주당 관계자는 "의장 앞에서 저렇게까지 말하는 모습을 보고 작심발언을 준비했구나 싶었다"고 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언제까지고 국민의힘과의 만남을 미룰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날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내란을 옹호하거나 용납해서는 안 되고, 그런 인물들이 아직 있다는 것에 대해 유감스러운 일이지만서도 국민의힘 역시 일정 부분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는 것 아니겠나"라며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하는 거니, 죽이니 살리니 해도 시간이 좀 지나면 만나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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